[현대차 파업강행]조합원 60%이상 불참 ‘반쪽 정치파업’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2분


5개월 만에 또 멈춰선 라인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이 5개월 만에 또 멈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명분으로 내건 이번 파업에는 현대차지부 조합원 중 불참자가 60%대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울산=최재호 기자
5개월 만에 또 멈춰선 라인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이 5개월 만에 또 멈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명분으로 내건 이번 파업에는 현대차지부 조합원 중 불참자가 60%대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울산=최재호 기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28일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을 벌여 현대자동차의 조업이 4시간 동안 중단됐다.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가동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일부 강성 노조 간부들의 저지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지만, 파업 불참자가 60%대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쪽 파업’에 그친 것. 경찰은 이번 파업을 주도한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과 이상욱 현대차지부장 등 핵심 간부들에 대한 사법 처리에 착수했다.》

▽현장 대치=이날 오후 1시 5분경 베르나와 클릭 등 소형차를 생산하는 1공장.

박대식 공장장(상무)이 관리직 20여 명과 함께 생산라인에 도착해 현장에서 정상 조업을 위해 대기 중이던 관리직과 파업 불참 조합원 등 50여 명과 합류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생산라인에는 1공장에서 방금 집회를 마친 이 지부장 등 핵심 간부들과 대의원, 파업 참가 조합원 등 60여 명이 공장 가동 저지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양측은 컨베이어 시스템의 메인 스위치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으며 일부 대의원은 컨베이어 시스템 가동을 저지하기 위해 스위치 박스를 온몸으로 막기도 했다. 회사 측이 조업을 위해 조명등 스위치를 켜면 노조 측이 꺼버리는 등 양측은 라인 가동을 놓고 몇 차례 신경전을 벌이며 날카롭게 맞섰다. 그러나 1시간여 만인 오후 2시 20분경 박 공장장이 관리자들을 철수시키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다.

1공장에서 조업을 위해 대기 중이던 한 조합원(43)은 “대의원 등 노조 간부들의 방해만 없었다면 정상 조업을 할 수 있었다”며 “파업 불참자의 의견도 존중해 일할 권리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공장 내 대부분의 생산라인에서 이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5개월 만에 또 파업=현대차지부는 이날 오전 조업이 끝나는 낮 12시부터 사업부별 파업 집회를 연 뒤 오후 1시경 조합원들을 퇴근시키는 방법으로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벌여 생산라인이 중단됐다.

회사 측은 파업 반대 조합원들과 조·반장들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려 했으나 대의원 등의 방해로 정상 가동에는 실패했다. 연말 성과급 추가 지급을 요구한 1월 파업 이후 5개월여 만에 또 생산라인이 중단된 것이다.

울산공장의 경우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완성차를 생산하는 1∼5공장은 조합 측의 방해로 조업이 이뤄지지 못해 차량을 한 대도 생산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원부서인 엔진변속기공장과 시트공장 소재공장 등은 일부 조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회사 측은 “울산공장 주간조 조합원 1만4000명 가운데 5000명이 오후 1시 이전에 퇴근했으나 9000명(64%)은 회사에 남아 정상 조업을 하거나 조업에 대비했다”며 파업 불참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지부가 현장 대의원 등으로부터 전화로 보고받아 작성한 ‘파업상황 일지’에도 △오후 1시 55분경 트럭부(4공장)에서 조합원 불만 고조 △오후 2시 2공장 복합라인에서 조합원이 휴게실에서 대의원과 대치 중 △5공장 가동 중, 대의원 현장 투입 등으로 작성돼 있어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는 반(反)파업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대부분의 조합원과 국민이 반대하고 현대차 파업에 대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실패한 파업”(뚜쟁이), “조합원 대다수가 집행부의 파업지침을 성실히 수행했다”(소위원)는 등 이번 파업의 성공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파업 이틀째인 29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 부분파업을 벌인다. 현대차는 28, 29일 부분파업(10시간)과 잔업(4시간) 거부로 차량 4893대를 생산하지 못해 694억 원의 생산 차질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속노조의 이날 파업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합류로 총조합원 14만3000명 가운데 4만5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노동부는 추산하고 있다.

▽경찰, 사법 처리 착수=현대차는 28일 이상욱 지부장 등 노조 간부 2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울산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기아차도 이날 파업을 주도한 김상구 기아차 지부장 등 노조 간부 8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소환장을 보낸 뒤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설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이번 정치 파업을 주도한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 등 지도부 17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고 28일 밝혔다.

울산남부경찰서는 26일 오전 11시경 울산상공회의소에 진입해 현대차 파업 반대 시위용품을 파손하는 등 폭력 행사를 주도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간부 9명을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파업을 계기로 금속노조의 내부 갈등이 표면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산별노조체제로 출범한 뒤 처음인 이번 파업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데다 현대차지부가 파업 일정을 축소하는 등 난맥상을 보여 집행부에 대한 책임 추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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