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노vs사’는 없다…소유-경영 분리해 사장도 직원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노vs사’는 없다…소유-경영 분리해 사장도 직원

《올해 입사한 유한양행의 새내기 사원들은 왜 이 회사를 선택했을까. 유한양행 사보(社報) 유한소식은 올해 봄호에서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많은 37%의 사원이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그 이유로 꼽았다.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설립 이념과 기업철학’을 이유로 꼽은 사원도 16%나 됐다. 유한양행이라는 이름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지 잘 드러내는 단면이다.》

■ “좋은 상품 만들어 봉사… 남은 건 사회로 환원”

매출이나 이익으로 볼 때 유한양행의 현주소는 제약업계 3위다. 하지만 80년 이상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는 단기적인 회사의 영업 실적이나 기술적 성과가 따라오기 어려운 유한양행의 가장 큰 자산이다.

① 뿌리 내린‘사회공헌기업’의 이미지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라는 유한양행의 이미지는 유일한 박사에게서 비롯됐다. 유 박사는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업 이념을 강조했다.

‘정성껏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봉사하고 정직, 성실하고 양심적인 인재를 양성 배출하며, 기업이익은 첫째는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둘째는 정직하게 납세하며, 셋째는 그리고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한다’.

이런 기업 이념은 여전히 유한양행의 경영 체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대주주인 유한재단이 15.6%, 유한학원이 7.7%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공익법인의 지분이 3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즉, 유한양행의 수익이 배당 형태로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으로 흘러들어가 교육사업과 사회사업에 쓰이는 지배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시적인 기부금 출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을 자연스럽게 사회에 환원하는 회사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유한양행은 태생적으로 공익을 우선하는 기업으로 생겨났다”며 “창업자의 창업정신을 지켜온 결과 현재의 기업이미지와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구조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창업자를 존경하는 기업문화가 긍지와 일체감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②보수적 조직문화는 개선 해야

유한양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설문조사했다. 응답자들은 ‘정체된 조직문화’ ‘수구(守舊)적 이미지’ ‘올드(old)함’ ‘느림’ ‘보수적 이미지’ ‘보수적 기업문화’ 등의 단어로 회사의 약점을 규정했다.

회사의 약점이 ‘느림’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의사 결정이 빠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직원은 “보수적 기업문화 때문에 자산 활용도가 낮다”며 “규모에 비해 낮은 매출과 이익은 저성장과 저생산성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변화에 인색하다는 지적도 여럿 있었다.

이처럼 유한양행의 조직문화가 내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전문 경영인 체제의 전통과도 연관이 있다. ‘오너’ 위주의 다른 기업과 달리 일찍부터 전문 경영인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신중하고 건실한 경영은 가능했던 대신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는 데 필요한 결정은 늦어졌다는 것이 회사 안팎의 견해다.

유한양행의 한 임원은 “유한양행은 대주주가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보수적이면서 안전 위주의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점을 구조적인 한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오너가 운영하는 제약회사들에 비해 강력한 드라이브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③성장 잠재력 큰 제약업계‘팔방미인’

유한양행은 제약업계의 ‘팔방미인’으로 꼽힌다.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로 딱히 흠잡을 만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임진균 애널리스트는 “cGMP 규정을 충족하는 생산라인과 신약 원료 생산 능력, 우량한 자회사 등 포트폴리오 면에서 균형이 잡혀 있다”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분석도 있다. 삼성증권 조은아 연구위원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염, 위궤양 치료제인 신약(新藥) 레바넥스가 올해 말까지 매출 150억 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레바넥스의 내년과 2009년 매출액을 각각 300억 원과 400억 원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유한양행의 강점은 레바넥스가 주도하는 성장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이 한국 최고의 제약회사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는 물론 해외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게 회사 안팎의 지적이다.

신약 레바넥스도 국내에서는 반응이 좋은 편이지만 앞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해외 임상시험과 마케팅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회사 안팎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한양행 이태오(상무) R&D 전략본부실장은 “레바넥스가 출시된 지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일선 병원에서 호응이 좋은 편”이라며 “앞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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