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왜 영국에서 ‘프라다폰’을 제일 처음 시판했을까? 삼성전자가 전자레인지 신제품을 러시아에서 먼저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과 러시아가 각각 휴대전화와 전자레인지 제품의 ‘테스트 마켓’이기 때문이다. 테스트 마켓이란 제품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기 전에 소비자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시판하는 시장을 말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전자업체들은 세계 곳곳에 테스트 마켓을 가지고 있다.
○유럽선 영국-프랑스-독일
테스트 마켓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지역별 마케팅 거점이다. 이런 거점은 주로 주변 국가에 비해 소득이 높고 시장 규모가 큰 나라에 설정된다.
미국과 중국은 시장 규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테스트 마켓이다. 이 두 나라에는 전 세계의 상품이 모여 있기 때문에 제품의 경쟁력이 바로 판가름 난다.
소득이 비슷한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테스트 마켓이다. 특히 영국은 전자·정보기술(IT) 분야의 전문 언론과 오피니언 리더가 많아 유럽 전체에 ‘입소문’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미는 브라질, 중동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제품 시판의 ‘시험대’ 역할을 한다.
○IT기기는 단연 한국
미국은 한국산 TV의 중요한 테스트 마켓이다. 세계 TV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데다 한국과 TV방송 방식(NTSC)이 같아 최근에는 TV 신제품의 한미 동시 시판이 많아지고 있다.
영국은 휴대전화 업계의 테스트 마켓이다. 영국 시장은 유럽적 감성과 소비자 취향의 ‘바로미터’로 불리며, 소비자들의 평가가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LG전자는 ‘프라다폰’을 영국에서 가장 먼저 시판했으며, 삼성전자도 ‘미니스커트폰’을 시판하기 전 영국과 프랑스에서 소비자 심층 인터뷰를 통해 ‘검증’을 받았다.
러시아는 전자레인지의 판매량이 많아서,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어서 각각 전자레인지와 에어컨의 테스트 마켓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영업상 편의 때문에 테스트 마켓이 되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거래처가 튼튼한 이란을 중동지역의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대우일렉은 현지 공장이 있는 폴란드에서 제품을 먼저 시판한다.
한편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등 IT 기기는 한국이 세계적인 테스트 마켓이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코원의 원윤식 홍보팀장은 “IT 기기는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제품 검증이 가능하다”며 “중소기업으로서는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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