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외국인 임대시장 “아이고∼ 머리야”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최근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세계 143개 도시의 외국 기업 주재원들의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러시아 모스크바, 영국 런던에 이어 서울이 세계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단연 주거비였다. 외국 기업 주재원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임대료가 매우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을 상대로 한 주택 임대업은 예년만 못 하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속빈 강정’이라고들 하는 외국인 임대사업을 들여다봤다.

○ 호텔식 서비스 제공…시내 ‘서비스드 레지던스’ 돌풍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남동, 서초구 방배동 등은 전통적으로 외국인 임대사업이 활발했던 곳이다. 특히 용산구는 미군기지가 가까워 영외병사나 장교 등 외국인 수요가 꾸준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지역의 외국인 임대시장은 찬바람만 불고 있다. 아파트이면서도 호텔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서울 도심에 속속 들어서면서 외국인 임대시장의 강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임대전문 업체인 나이스렌트의 박상문 사장은 “기존 외국인 임대시장의 절반가량을 서비스드 레지던스에 빼앗겼다”며 “실제로 몇 해 전만 해도 강남에서 집을 구하려던 외국인 임대 수요자가 한 달에 20∼30명이었지만 지금은 2, 3명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입주자가 월세와 추가비용을 내면 룸서비스를 제외한 세탁, 청소, 우편물 수취, 보안 등의 호텔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통 월세는 200만∼300만 원대로 추가 서비스 비용은 세탁과 청소가 한 달에 각각 20만∼30만 원 든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있는 서비스드 레지던스 ‘서머셋팰리스’의 김성환 지점장은 “중구 순화동, 의주로 주변은 다국적 기업이 많고 교통도 편리해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계속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일반주택은 연간 단위로 계약해야 하지만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월 단위의 단기계약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 별도로 관리비를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신용카드로 계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위 면적당 가격 수준을 놓고 볼 때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일반 주택보다 비싼 편이다. 또 가족단위로 와서 집을 넓게 쓰고 싶어 하는 외국인 주재원들에게는 아직도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더 매력적이다.

○ 미군기지 이전 앞두고 업자들 평택행

본사가 서울 강남에 몰리면서 외국인들이 집을 찾는 곳도 용산에서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분당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밀집해 있는 기존 지역을 무시하긴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오래전부터 형성돼 온 ‘그들만의 커뮤니티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남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서울 동작구 동작동의 넓은 단독주택에 살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회사원이 한남동의 좁은 빌라를 구했는데 ‘외계인처럼 쳐다보는 동네 사람들의 눈길이 불쾌해서 이사했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이 지역에는 각종 사교 클럽 모임, 바자 등의 행사와 외국인학교 등이 잘 갖춰져 있다.

외국인 임대사업을 하려면 예상 고객층에 맞춰 지역과 주택 수준을 정해야 한다. 미군 임대 수요를 노린다면 동부이촌동, 이태원동의 아파트나 중저가 빌라를, 외국계 기업 주재원을 겨냥한다면 한남동 등 고급 빌라, 단독주택을 이용하는 식이다.

이때 임대료 수준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너무 비싼 빌라를 사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용산구 한남동 UN부동산의 장문희 사장은 “빌라 231.4m²(70평형)를 기준으로 월세는 보통 400만∼700만 원대”라며 “한남동에서 이 정도 규모로 빌라를 지으려면 30억∼40억 원이 들기 때문에 기존 빌라를 리모델링해 임대를 해야 돈이 남는다”고 말했다.

외국인 임대료는 1, 2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받는 이른바 ‘깔세’ 형태가 많지만 목돈이 부족한 미군들은 다달이 월세를 지불하는 게 보통이다.

미군 수요를 노린다면 지역과 시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으로 용산에서 임대사업을 하던 사람들이 경기 평택시 팽성읍 안정, 송화리 일대로 옮겨 왔지만 수익은 기대 이하라는 설명이다. 아직까지 기지 이전이 시작도 안 됐는데 공급이 갑자기 늘었기 때문이다.

나이스렌트 박 사장은 “이곳에서 미군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려면 미리 땅을 확보하더라도 건축허가만 받아두고 빌라 신축은 이전이 마무리된 뒤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빌라를 신축할 때는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화장실을 16.5∼33㎡(5∼10평) 정도로 크게 짓고 드레스룸은 따로 마련하는 게 좋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서울시 구별 외국인 거주 현황(단위: 명)
인구
영등포2만2146
구로1만7826
관악1만1201
금천1만1197
용산1만1095
서대문7827
강남7700
광진7232
동대문7179
동작6693
성동6654
마포6529
종로6208
성북6054
5835
서초5756
송파5600
강서5002
양천4034
노원3693
강동3570
중랑3451
은평3448
강북2661
도봉2266
전체18만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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