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부자(父子)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동아제약이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자사주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넘길 수 있는 방안이어서 향후 동아제약의 지분 구조와 경영권 판도를 바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동아제약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 74만8440주(7.45%) 전량을 EB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동아제약은 이날 “EB 발행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DPA와 DPB를 세운 뒤 자사주 전량을 이들 회사에 매각하기로 했다”며 “이들 회사는 자사주를 근거로 만기 5년, 10년 등 2종류의 EB(8000만 달러 규모)를 4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B의 인수자는 발행 1년 뒤부터 동아제약 주식과 교환할 수 있다. 즉, EB 발행을 통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의결권을 갖춘 주식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 때문에 향후 누가 EB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동아제약의 경영권 갈등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3월 경영 참여를 요구하며 부친인 강신호 회장 측과 대립하다가 막판 극적인 타협을 통해 이사진에 합류한 차남 강문석 이사는 이날 EB 발행을 통한 자사주 매각 방침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조달에는 동의하지만 EB 발행은 특정 우호 세력을 만들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것.
동아제약 관계자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을 납부하고 공장 재배치와 연구개발 투자를 하려면 자사주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며 “자사주 장내 매각도 고려했지만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EB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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