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난 심한 수도권엔 물량 46%만 배정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4분


“아파트야 번듯하게 잘 지어 놨죠. 그런데 이런 시골에서 월세 내고 살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지난달 29일 전북 임실군 임실읍 이도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국민임대주택에 대해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건립 취지는 좋지만 현지 실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대한주택공사가 작년 말 완공한 이도지구의 국민임대주택은 374채 가운데 159채가 비어 있다. 실제로 10층짜리 8개 동(棟) 가운데 저층은 대부분 빈집으로 남아 있었고 103동 벽면에는 ‘선착순 모집’이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덩그렇게 붙어 있었다.

정부가 장기 임대주택 비중을 전체 주택의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추진하는 국민임대주택 건설 사업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무엇보다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과 구조적인 자금난이 문제로 지적된다.

○ 욕심만 앞선 건립 계획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건립 계획에 따르면 올해까지 사업승인 기준으로 50만 채를 공급하는 데 이어 2012년 100만 채, 2017년까지 150만 채를 채울 예정이다. 안정적인 주택 재고량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어디에 얼마나 지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주공에 따르면 2002∼2006년 사업승인을 받은 국민임대주택(35만4601채) 중 만성적인 주택난에 시달리는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46%(16만1965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주택보급률이 100% 이상인 지방에 들어섰다.

임실군 관계자는 “2000년에 3만7600여 명이던 인구가 올해 5월 말에는 3만2300여 명으로 14%가량 줄었다”며 “이곳은 집이 부족한 지역은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국민임대주택이 지방에 대거 들어서는 이유는 사업비 조달 방식 때문이다.

현재 72m²(22평형)짜리 국민임대주택을 지을 때 중앙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비중은 건축비의 10%에 불과하며 50%는 국민주택기금, 30%는 입주자 부담, 10%는 주공이 조달하고 있다. 국민주택기금 지원금도 주공이 연리 3%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재정과 입주자 부담을 뺀 60%를 빚으로 짓는 셈이다.

이미 총부채가 30조 원을 넘어선 주공으로선 실적을 맞추기 위해 땅값이 싼 지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 대규모 미분양 우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도 문제지만 앞으로 발생할 대량 공실 가능성을 더 우려하고 있다. 벌써부터 지방에서 장기 미(未)임대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데 150만 채가 완공되면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5만2577채 가운데 지방은 5만266채(95%)로 2004년 10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민간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마당에 정부 주도의 국민임대주택까지 들어서면 민관이 한정된 수요를 놓고 경합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지역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우선 국민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완화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유효수요를 파악해 어디에 얼마나 공급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2017년 150만 채 건립 계획’처럼 특정 시점을 못 박지 말고 시장 상황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임대주택 사업승인 실적
시기사업승인 실적(채)
1999년2만226(47%)
2000년1만9(75%)
2001년3만5227(35%)
2002년4만8617(48%)
2003년6만3501(50%)
2004년8만4812(56%)
2005년7만5455(34%)
2006년8만2216(41%)
( )는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 사업승인 실적은 실제 착공이나 입주 실적과는 차이가 있음.

국민임대주택 입주 자격
구분입주 자격입주자 선정 순위
50m²(15평) 미만무주택 가구주로서 전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241만370원) 이하·1순위: 해당 주택이 들어서는 시군구에 거주
·2순위: 해당 주택이 들어서는 시군구의 인접지역이나 사업주체가 정하는 시군구에 거주
·3순위: 1, 2순위 이외
50m²(15평) 이상∼60m²(18평) 이하·1순위: 청약저축 24회 이상 납입
·2순위: 청약저축 6회 이상 납입
·3순위: 1, 2순위 이외
60m²(18평) 초과무주택 가구주로서 전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344만3399원) 이하
보유 토지는 5000만 원, 자동차는 2200만 원(취득 가액 기준 매년 10%씩 감가상각)을 초과하면 신청 불가. 자료: 대한주택공사

임실=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