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과 부자 많은 강남을 선호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은행 지점이 신설된 지역을 시군구별로 구분해 보면 1위는 서울 강남구로 모두 97개의 은행지점이 생겼다. 2위인 서울 중구(42개)의 2배가 넘을 만큼 압도적인 우위다.
은행 지점은 가계금융을 주로 담당하는 개인지점, 중소기업 및 대기업의 금융 거래를 전담하는 기업지점, 부유층 대상의 프라이빗뱅킹(PB) 지점으로 나뉜다.
강남구의 신설 지점은 전체 개인지점의 7.1%(54개), 기업지점의 9.5%(34개), PB지점의 30%(9개)를 차지한다. 특히 강남구 역삼동에는 개인지점 12개, 기업지점 11개가 들어섰다.
10년 동안 창출된 부(富)가 강남구로 집중되면서 명동이 있는 중구를 제치고 강남구가 한국의 신흥 금융 일번지로 부상한 셈이다.
강남구와 함께 서울 ‘강남지역 3구’로 분류되는 서초구(3위)와 송파구(6위)도 가장 많은 지점이 생긴 시군구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강북에서는 중구(2위)만 10위 안에 들었다.
박원춘 우리은행 채널관리팀 차장은 “역삼동은 기업체가 많고 신도시 땅 부자도 많이 사는 지역”이라며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강남 집 주변에서 금융 거래를 한다”고 설명했다.
○ 신도시와 수도권 아파트 입주민을 잡아라
최근 동백동과 상하동으로 분할된 경기 용인시 기흥구 어정동은 동 단위 기준으로 10년 동안 개인지점이 가장 많이 들어선 곳으로 분석됐다. 14개의 지점이 새로 생겼는데 모두 지난해에 들어섰다.
개인지점은 가계금융을 담당하는 곳으로 각 은행에서 전체 지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개인지점은 1위인 서울 강남구를 제외하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32개·2위) △경기 용인시 기흥구(28개·3위) △경기 용인시 수지구(21개·5위) 등 신도시와 수도권 대규모 아파트단지에 많았다.
수도권에 새로 분양한 아파트 단지의 은행 지점들은 2003년부터 들어서기 시작했다.
2003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시작해 2005년에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2006년에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 어정동 동백지구와 경기 화성시 동탄지구 곳곳에 지점이 들어선 것이다. 아파트 입주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불붙으면서 은행 지점이 난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대형 아파트를 배후에 두고 나가는 길목 횡단보도, 지하철역 인근 사거리 모퉁이, 주상복합단지 정문 앞 등은 은행 점포개발 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명당자리다.
○ 기업금융 서비스 소홀 우려도
개인지점이 서울 강남지역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신설된 반면 신규 기업지점은 개인지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또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수도권에 생긴 지점은 전체 신설 지점의 72.1%였지만, 광역시를 제외한 도 단위의 신설 지점은 11.9%에 불과했다. 이는 강남 3구를 합친 비중(14.3%)보다도 적은 것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개인부문이 은행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8%로 10년 동안 약 2.5배 증가했다. 이 수치는 일본(28.6%), 홍콩(37.9%) 등보다 높은 것으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들이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하면서 정작 국가의 성장 동력인 기업에 대한 금융 서비스가 소홀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은행의 윤리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은행들이 ‘지역사회 재투자법’에 따라 지역개발대출 등 사회책임금융의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에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을 하던 은행이 요즘엔 수익이 가장 많이 나는 입지에 문을 여는 유통업체가 된 것 같다”며 “은행의 지역사회 기여와 사회공헌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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