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통과… 증권사 M&A 움직임 벌써 ‘꿈틀’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금융 빅뱅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증권업계가 인수합병(M&A) 바람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M&A 바람은 소규모 증권사 간 짝짓기 수준을 넘어선 대형 증권사 간 합병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김중웅 현대증권 회장은 2일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매각할 의사가 없으니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리지 말라”는 내용의 e메일을 전 직원에게 보내 안심시켰다.

이는 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경영권 싸움에서 밀리면 현대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상선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소문을 의식한 ‘집안 단속’이었다.

현대증권뿐 아니라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서울증권과 교보증권의 합병설 등도 증권가의 주요 M&A 이슈가 되고 있다.

○자본금 5조원대 증권사 가능할까

증권가는 현재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합병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 3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2조1455억 원, 대우증권은 2조1126억 원으로 자기자본 기준 1, 2위의 대형 증권사다. 둘이 합쳐 한 살림을 차린다면 자통법을 만든 정부의 의지대로 거대한 공룡이 탄생하는 셈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은 5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증권사를 인수해 2010년까지 자기자본을 5조 원대로 늘리겠다”고 선언해 대우증권 합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두 증권사의 합병 가능성을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사장은 “둘 다 정부가 최대주주이니 정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며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하면 다른 증권사 간 합병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산업은행이 돈을 잘 벌고 있는 대우증권을 내놓겠는가. 적어도 현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M&A 선언 잇따라

국내 39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총액은 3월 말 현재 20조1160억 원으로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32조9176억 원, 작년 말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으로 성장하려면 ‘실탄’이 두둑해야 하기 때문에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각 증권사는 잇따라 자기자본 확충과 M&A 계획을 공론화하는 추세다.

농협은 지난달 NH증권의 대형화를 위해 올 하반기(7∼12월)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5000억 원 늘리고 M&A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증권은 지난달 비전선포식에서 “2009년까지 다른 증권사를 인수해 2011년까지 자기자본을 1조5000억 원 규모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증권도 2010년까지 자기자본을 5조 원으로 확충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정부가 내년에 금융투자회사 허가를 내주면서 최저 자본금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금융투자회사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자기자본 확충과 M&A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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