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사업하는 알짜 회사.’
대기업 임원들에게 대한항공에 대한 이미지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었다. ‘조용히 실속 있게 돈을 버는 회사’라는 평가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에 대해 ‘반에서는 1등이지만 전교 석차는 다소 뒤처지는 내수 기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를 지향하는 항공사임에도 한국인 승객이 대부분이어서 아직 세계무대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조용하던’ 대한항공에 최근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하려는 에너지가 경영 간부부터 일반 사원에 이르기까지 충만해 있다.
조양호 회장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항공업계에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실한 과제”라며 직접 나서 다그치고 있다. 2014년까지 10조 원을 넘게 투자해 세계 10위권의 ‘명품 항공사’로 거듭나겠다는 다부진 목표도 세웠다.
[1] 깔끔-세련 이미지 뒤엔 ‘보수적’ 지적도
‘하늘을 나는 대한민국 영토 1번지.’ ‘민간 외교관이자 한국의 첫인상.’
대한항공 직원들의 가슴 속에 담겨 있는 자부심이자 부담감이다.
멋진 제복과 잦은 해외여행, 세련된 매너 등 외부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화려하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함 뒤에는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선수의 바쁜 물밑 발놀림처럼 고단한 땀방울이 있다.
그래서인지 대한항공 직원들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스튜어디스 4년차인 임유원(25) 씨는 “회사원이라면 보통 유니폼보다 평상복을 선호하겠지만 우리는 유니폼을 입었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깔끔하고 세련됐다’는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고 다소 고지식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모르는 분야는 절대 손대지 않는다’며 수송 외길을 고집해온 고(故) 조중훈 창업주의 기업경영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의 보수적 기업문화를 안전 운항을 최우선해야 하는 항공 산업의 특수성에서 찾기도 한다. 고객의 안전과 십인십색의 다양한 고객들을 꼼꼼하게 챙기려면 기준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
이 때문에 대한항공은 튀는 인재보다 모나지 않은 조직형 인간을 선호한다.
서용원 인재개발본부장은 “항공 산업은 정비와 운항 고객서비스 등 각 부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같다”면서 “스타보다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원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2] 美-佛항공사와 ‘스카이팀’ 동맹
1969년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민영 항공사로 거듭난 대한항공은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인수 당시 부채 27억 원으로 동아시아 11개국 항공사 가운데 꼴찌였던 이 회사는 현재 항공기 129대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17위 항공사로 성장했다.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좌절과 시련도 맛봐야 했다.
국내 유일의 항공사로 독점 지위를 누려 오던 대한항공은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설립되고 외국 항공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경쟁체제에 직면했다. 또 1990년대 들어서는 잇단 사고로 기업 신뢰도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같은 시련을 변화의 계기로 삼았다.
2000년 6월 대한항공 주도로 델타, 에어프랑스 등과 함께 ‘스카이팀’이라는 항공 동맹을 맺어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적인 항공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2004년에는 향후 10년간 10조6000억 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비전 선포식을 발표하고 기업로고와 승무원 유니폼, 기내 시트와 색상 등 기내환경을 대대적으로 혁신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9년부터는 세계 최대의 항공기 B787 10대와 A380 5대 등 모두 40대의 최첨단 차세대 항공기들을 대거 도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변신의 노력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항공월간지 ATW로부터 ‘21세기 들어 가장 성공적인 변신을 이룩한 항공사’로 꼽히기도 했다.
[3] 저가 항공-정유업으로 영공 확장
대한항공의 ‘변화 에너지’는 최근 사업다각화로 분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 3년 내에 별도의 브랜드를 도입한 저가(低價) 항공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저가항공사의 공세에 밀리지 않고 ‘대한항공’은 명품 브랜드로 고급 비즈니스용 고객을 맡고 신설되는 저가항공사는 관광노선을 중심으로 한 여행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최근 에쓰오일의 자사주(지분 28.41%)를 인수해 정유업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수송외길을 걸어온 대한항공으로서는 ‘외도’를 하는 셈이지만 운영비용의 30%에 이르는 항공유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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