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을 낮추자니 차별화가 안 되고, 품질을 유지하자니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 특히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대형업체들은 분양가 상한제로 ‘그 나물에 그 밥’식 아파트를 만들어야 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면 일부 품목은 ‘마이너스 옵션’을 통해 계약자가 나중에 직접 시공할 수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개별적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맡겨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천차만별인 자재 품질과 가격 때문에 공사를 끝내 놓고도 찜찜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례가 많다.》
○ 개별 시공보다는 공동 시공이 유리
85m²(26평형)짜리 아파트 입주민이 마이너스 옵션으로 벽지를 선택했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의 비용을 비교해 보자.
본보 조사에 따르면 벽지를 마이너스 옵션으로 선택해 직접 시공하는 입주민은 소비자 가격이 m²당 평균 2100원인 중급 수준의 실크벽지를 기준으로 181.5m² 크기의 벽지(11개 롤)를 사야 한다. 또 기술자 2명(일당 12만 원)과 보조원 1명(일당 9만 원)이 필요하다. 결국 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해 71만1150원이 든다.
이번엔 벽지 시공을 건설업체에 맡겼을 때의 비용이다. 보통 건설업체의 인테리어 비용은 재료비, 인건비 이외에 추가로 간접비(판매관리비, 금융비용 등)가 들어간다. 건설사에 확인한 결과 인테리어 업체가 같은 수준의 실크 벽지를 건설업체에 공급하는 납품가는 m²당 1800원으로 소비자 가격보다 14%가량 싸다.
여기에 인건비와 간접비를 합한 인테리어 비용은 m²당 3800원으로, 똑같이 벽지 181.5m²를 사용하면 68만9700원의 비용이 나온다. 본인이 직접 시공할 때보다 2만 원가량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마이너스 옵션이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입주민에게 유리하다고 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공동구매’라는 변수가 빠져 있다. 입주민이 개별적으로 자재를 조달했을 때와 공동구매를 통해 한꺼번에 공급받을 때의 가격 차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마이너스 옵션제가 일반화하면 공동구매를 노린 업체들이 꽤 괜찮은 가격을 제시하며 자재 공급과 시공을 일괄적으로 대행할 가능성도 높다.
건설사들도 ‘대량 구매’에 따른 원가 절감을 모색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면 단가 인하를 위해 특정 업체에 자재 납품을 몰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소형은 가구, 대형은 욕실에 중점
마이너스 옵션을 공동구매로 해결한다고 해도 아파트 크기와 수준에 따라 가구별 취향이 다르기 마련. 따라서 본인이 계약한 아파트의 성격을 잘 파악해야 비슷한 수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공동구매로 연결하기 쉽다.
풍림산업이 최근 공개한 인천 남구 학익동 ‘엑슬루타워’ 주상복합아파트의 ‘마이너스 옵션 내용’은 아파트 크기에 따라 흥미로운 인테리어 비용 구조를 보여 준다.
자료에 따르면 85(26평형)∼302.4m²(92평형) 가운데 182.4m²(55평형)까지는 붙박이장, 주방가구 등 ‘가구 패키지’의 가격이 가장 높았다. 205m²(62평형) 이상은 월풀 욕조 등 ‘욕실 패키지’의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85m²짜리는 가구류가 580만 원으로 전체 인테리어 비용의 31%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욕실(510만 원) 벽지·장판(330만 원) 비용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302.4m²짜리는 욕실이 4410만 원으로 전체 인테리어 비용의 34%를 차지했고, 벽지·장판(3530만 원) 가구류(3350만 원) 등의 순서였다.
대형 평형으로 갈수록 가구보다는 욕실에 들이는 인테리어 비용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송귀연 대리는 “소형 평형 입주민들은 실용적으로 수납공간을 늘릴 수 있는 가구에 큰 관심을 갖지만 대형 평형 입주민들은 욕실 공간을 크고 화려하게 꾸미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엑슬루타워 마이너스 옵션 품목 및 분양면적별 비용 (단위:원) | |||||
패키지 | 품목 | 85m² | 비율(%) | 302.4m² | 비율(%) |
Ⅰ | 가구-신발장, 붙박이장, 화장대 등주방용품-주방가구, 주방벽 타일 등 | 580만 | 31.0 | 3350만 | 25.8 |
Ⅱ | 조명기구-배관·배선은 기본 공급 | 300만 | 16.1 | 1060만 | 8.2 |
Ⅲ | 도배-벽지, 천장지 등장판-온돌마루, 복도 및 거실 바닥 등 | 330만 | 17.7 | 3530만 | 27.2 |
Ⅳ | 창호-창호·나무문짝(포켓도어, 하드웨어 포함) | 70만 | 3.8 | 620만 | 4.8 |
Ⅴ | 욕실-타일 및 석재, 욕조, 조명기구 등 | 510만 | 27.4 | 4410만 | 34.0 |
Ⅵ | 가변벽체-벽체, 문짝, 문틀, 하드웨어, 문틀 사춤, 도배 | 74만 | 4.0 | - | - |
패키지 Ⅵ은 4개 선택 항목 가운데 1번만 넣었음. 자료: 풍림산업 |
벽지의 공정별 가격 현황(단위: 원/㎡) | |||
구분 | 일반 소비자가격 | 건설사 납품가격 | 마이너스옵션 가격 |
합지 벽지 | 1300 | 1000 | 3000 |
중급 실크 벽지 | 2100 | 1800 | 3800 |
고급 실크 벽지 | 5000 | 3500 | 5500 |
건설사 납품가격은 자재비만 포함됐으며, 마이너스옵션 가격은 자재비+인건비+간접비가 포함된 것임. 자료: 각 건설업체 및 인테리어 업체 |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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