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딜레마… 유통업계 ‘가슴앓이’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비정규직 처리 문제로 이랜드그룹 계열 유통회사인 홈에버와 뉴코아 노사가 진통을 겪으면서 다른 유통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홈에버나 뉴코아 일부 점포의 영업 차질이 인근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매출 증가로 이어져 다른 유통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여파가 유통업계 전체로 확산될 소지가 있어 저마다 다른 회사의 대처방법이나 노동계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지가 생명인 유통업체로서는 극심한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타격이 크다”며 “정부의 속마음, 여론, 노동계 움직임 등 경제 논리 외에도 고려할 변수가 많아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 “밖으로 알려지면 큰일 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말 정규직 계산원 502명을 다른 직무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계산원 125명은 용역회사로 보내 아웃소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시행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랜드 노사분규의 핵심쟁점인 ‘외주용역’을 둘러싼 논란의 불똥이 현대백화점으로 튀는 것을 우려한 것.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업계 전체가 비정규직 전환 문제가 안정되기 전에는 시행시기 결정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 기존 노조와 비정규직 내부 반발도 있어

롯데백화점은 공식적으로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기존 정규직의 임금이나 복리후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규직 노조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

노동 시간이 늘어나는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비정규 직원이 꽤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백화점 계산대나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는 시간제 직원 중 상당수는 일과 살림을 함께 하는 주부들로 근무 시간이 빡빡한 ‘정규직’보다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파트타임’ 근무를 선호한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는 예전부터 계산원을 100% 비정규직으로 뽑아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법 규정에 걸리지 않는다”며 “회사 차원의 정규직화는 없지만 계약 기간이 2년이 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본인 의사를 물어 정규직화해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정규직화 발표는 했지만…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업체도 늘어날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민이 많다.

실제 다음 달 11일부터 비정규직 직원 5000여 명 전원을 정규직화하기로 한 신세계는 매년 150여억 원의 인건비를 더 지출해야 한다.

이달 1일부터 할인점 체인인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 6000여 명 중 근무 기간이 2년을 넘은 26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삼성테스코도 마찬가지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1원 단위로 가격 전쟁을 하는 유통업계는 추가 인건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하지 못한 추가 비용은 상품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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