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수입원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로 얻는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증시 호황으로 은행권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의 수수료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펀드 판매 수수료에 대한 규제 방침을 밝힌 것도 은행 측으로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실패하면 금융권 변혁의 물결에서 낙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 최근 금융환경 급속히 악화
그동안 은행들은 펀드 판매로 짭짤한 재미를 봤다.
펀드를 한번 팔면 설정액의 1.7%가량을 매년 고정적으로 떼어갈 수 있었다.
펀드 판매 잔액이 6월 말 현재 26조5253억 원으로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1분기(1∼3월)에 수익증권 수수료로만 897억 원을 벌어들였다. 신한은행(603억 원), 우리은행(253억 원), 하나은행(210억 원) 등도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증권사는 펀드 판매 후 관리를 해야 하지만 은행은 사실상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라 ‘대동강물을 파는 봉이 김선달’에 비유되기까지 했다. 금융감독원이 제도 개선이라는 메스를 든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의 의지대로 펀드 판매 수수료를 투자자들이 펀드 가입 때만 한 차례 내거나 아예 폐지한다면 은행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금융 환경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은행의 주수입원인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예대금리 차는 2.94%포인트로 2004년 10월에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다. 이는 은행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고금리를 주는 특판예금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수신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 계좌의 자금 이탈도 여전하다. 국민 신한 등 6개 주요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최근 두 달 사이 10조 원 넘게 줄어든 반면 고객예탁금,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증권사들의 호주머니엔 돈이 넘쳐흐른다.
○ 은행들 “새 수익원 찾아라” 비상
11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은행의 수익성 저하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이익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구조적 이익률은 올 1분기 1.39%로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이다. 구조적 이익은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을 더한 뒤 운영경비(판매관리비)를 뺀 것으로 이를 총자산으로 나누면 구조적 이익률이 된다.
예보는 “미국 대형은행은 총이익 가운데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52.0%인 반면 국내은행은 81.3%에 이른다”며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수익원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사태를 겪으면서 리스크(위험)를 회피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데만 치중해 왔다”며 “자기자본직접투자(PI)처럼 위험이 있더라도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공윤석 부행장은 “은행들이 이제 무리한 자산 늘리기 경쟁은 그만하고 해외사업, 투자은행(IB) 업무 등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수익 현황 | ||
펀드 판매 잔액 | 수수료 수익 | |
국민은행 | 26조5253억 | 897억 |
신한은행 | 21조6771억 | 603억 |
우리은행 | 12조5614억 | 253억 |
하나은행 | 10조1468억 | 210억 |
펀드 판매 잔액은 6월 말 현재, 수수료 수익은 1분기(1∼3월) 기준. (단위:원) 자료:각 은행 |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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