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곳으로 갈 뿐… ‘매파’라 해도 신경 안 써”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달 콜금리 운용목표를 연 4.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홍진환  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달 콜금리 운용목표를 연 4.7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홍진환 기자
■ 이성태 한은 총재의 ‘뚝심’

‘뚝심’ ‘매파’ ‘소신’ ‘옹고집’ ‘원칙론자’….

이성태(62) 한국은행 총재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소신에 충실한 그의 성격을 말해 주는 에피소드는 많다.

2004년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을 때의 일화가 대표적인 사례. 금통위 의장인 박승 당시 한은 총재와 이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은 콜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인하해야 한다고 일제히 주장했다.

이 부총재는 이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실명(實名)으로 소수 의견을 남겼다. 금통위 소수 의견은 누가 냈는지 알 수 없게 익명으로 남기는 게 관례다.

그는 당시 콜금리를 연 3.50% 아래로 내리면 저금리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예측대로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급증은 다음 해 부동산 가격 폭등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지난해 8월 금통위에서는 정부 여당 측이 콜금리 동결을 요구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금리를 올렸다.

이 총재는 6명의 금통위원이 인상과 동결에 3 대 3으로 갈리자 캐스팅보트(결정권)를 행사해 금리를 인상했다.

이번에도 금리 인상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경기가 기나긴 침체에서 벗어나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섣불리 금리를 올리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 그러나 이 총재는 시중에 넘쳐 나는 유동성과 물가를 잡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금리 인상 발표 후 본보 기자와 만난 이 총재는 “우리(중앙은행)가 앞설 때도 있고 시장이 앞서 갈 때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보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원칙론을 폈다.

그는 “시장에서 나를 ‘매파’로 보든,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할 뿐”이라고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지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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