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매파’ ‘소신’ ‘옹고집’ ‘원칙론자’….
이성태(62) 한국은행 총재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소신에 충실한 그의 성격을 말해 주는 에피소드는 많다.
2004년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을 때의 일화가 대표적인 사례. 금통위 의장인 박승 당시 한은 총재와 이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은 콜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인하해야 한다고 일제히 주장했다.
이 부총재는 이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실명(實名)으로 소수 의견을 남겼다. 금통위 소수 의견은 누가 냈는지 알 수 없게 익명으로 남기는 게 관례다.
그는 당시 콜금리를 연 3.50% 아래로 내리면 저금리로 인한 폐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예측대로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급증은 다음 해 부동산 가격 폭등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지난해 8월 금통위에서는 정부 여당 측이 콜금리 동결을 요구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금리를 올렸다.
이 총재는 6명의 금통위원이 인상과 동결에 3 대 3으로 갈리자 캐스팅보트(결정권)를 행사해 금리를 인상했다.
이번에도 금리 인상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경기가 기나긴 침체에서 벗어나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섣불리 금리를 올리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 그러나 이 총재는 시중에 넘쳐 나는 유동성과 물가를 잡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금리 인상 발표 후 본보 기자와 만난 이 총재는 “우리(중앙은행)가 앞설 때도 있고 시장이 앞서 갈 때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보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원칙론을 폈다.
그는 “시장에서 나를 ‘매파’로 보든,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할 뿐”이라고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지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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