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나는 항상 단기투자를 꿈꾼다. 오늘 주식을 사서 한 달 만에 2, 3배가 올라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대부분의 가치투자자에게는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나 특정 산업의 성쇠를 정확히 맞힐 수 있는 통찰력이 없다.
사실 누구도 장기투자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에 도달할 시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다.
일본 최초의 독립계 투자신탁회사인 사와카미 투자신탁을 설립한 사와카미 아쓰토 사장은 일본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다. 장기투자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올바른 투자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투자란 커다란 조류가 밀려올 것을 간파해 미리미리 배를 띄워두는 것이다. 얼마 뒤 조류가 밀려오면 배는 조류를 타고 크게 전진할 것이다. 가치가 높은데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싸게 팔릴 때 사두고, 낮은 곳에 방치된 가격을 시정하려는 조류가 차오를 때까지 그냥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가치 있는 것을 싸게 사둔 것이므로 두려울 건 없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가치주 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트위디 브라운 자산운용사는 조사를 통해 ‘제 가격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 회사는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거래한 유일한 회사였고, 워런 버핏이 초창기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살 때 이용한 회사다.
트위디 브라운은 오랜 투자 경험과 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투자 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기간의 2∼7% 기간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결국 ‘2∼7%의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이 언제 올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가치투자자들도 사람인지라 빨리 승부를 내고 싶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다. 장기투자를 좋아서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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