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EU “돈도 좋지만 동물이 소중해”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16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에서 관세 철폐나 무역장벽이 아닌 동물복지 문제가 갑자기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EU 측이 “동물의 사육과 도축 등에 관한 윤리 등 동물복지 규정을 협정문에 담자”고 협상 첫날부터 한국에 제의해 온 것입니다. 가뜩이나 무역협상도 골치 아픈데 웬 동물복지냐고요? 그 배경은 이렇습니다.》

한국 협상단에 따르면 EU가 각종 통상 협상에서 동물복지 개념의 도입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EU는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 농업위원회에서 높은 후생기준을 지켜 생산된 축산물이 낮은 기준에 맞춰 생산된 수입품에 의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동물을 학대하는 나라는 축산물을 수출할 자격도 없다는 뜻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EU는 최근 동물실험을 하는 화장품에 판매금지 결정을 내렸어요. 어쩌면 이 같은 화장품은 곧 유럽대륙에 발을 못 붙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EU는 왜 이런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을 통상에도 적용시키는 걸까요.

우선 학대받지 않은 동물의 고기가 더 맛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죽기 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가축일수록 육질이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유럽인들의 ‘끔찍한 동물 사랑’에 있습니다.

실제 통상 이익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자기들의 ‘국민감정’과 직결되는 문제죠. 그래서 이번 협상에서 한국의 식용 개고기가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많은 협상 상대국은 EU의 이런 태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개발도상국엔 하루에 1달러로 먹고 사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인간복지가 우선이지 한가하게 웬 동물복지냐는 얘기죠.

김한수 한국 측 수석대표도 “이 문제 때문에 개도국 협상가들이 EU에 불만을 표시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글쎄요. 어느 쪽이 옳은지는 쉽게 판단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글로벌 통상 시대에 의미 있는 에피소드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브뤼셀=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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