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내놓은 중견업체 vs 사들이는 대형업체, 건설사들 양극화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업계의 양극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여유 자금이 부족한 중견 건설업체들은 보유 토지나 회사 지분을 팔고 있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들이 내놓은 땅을 사고 자체 사업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 중견업체, 땅 팔고 사채 얻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중견 건설업체의 현금 흐름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06년 건설업 현금 흐름 분석’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연간 매출액 2000억 원 이상∼5000억 원 미만)가 영업을 통해 얻은 현금수입이 2005년 업체당 평균 99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는 6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차입금은 2005년 평균 47억 원에서 지난해 159억 원으로 늘었다. 이 결과 중견 건설사 가운데 현금수입이 차입금보다 적은 ‘현금 흐름 불량업체’는 49%에 달해 2005년(32.7%)보다 크게 늘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견업체들은 보유 토지와 지분을 내다 팔고 보증이 없는 대신 이자율이 높은 무보증 회사채 발행을 늘려 급전을 마련하고 있다.

신원종합개발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내 상가 및 사무실 370개를 960억 원에 최근 매각했다.

중앙건설은 지난달 말 400억 원의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에 쓰기로 했다.

○ 대형업체 토지 매입 나서

매출액 5000억 원 이상 대형 건설사의 지난해 영업 현금수입은 업체당 평균 637억 원으로 2005년(408억 원)에 비해 56% 늘었다. 반면 차입금은 199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줄어 중견 건설사와 대조를 이뤘다.

자금력이 탄탄한 일부 대형업체는 ‘위기가 곧 기회’라며 헐값에 나온 사업 용지를 매입하고 자체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코오롱건설이 아파트 건립 사업을 포기한 경남 양산시 물금택지지구 내 토지 4만1322m²를 최근 매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앤콘스’라는 자체사업 전문 계열사를 세워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등에서 시행과 시공을 함께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9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업체들이 최근 수익성이 좋은 자체 사업을 늘리며 중견업체와의 격차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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