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 라이프]내 차 정비, 혼자서도…

  • 입력 2007년 7월 20일 02시 59분


‘자동차 정비는 내 손으로.’

이런 목표로 1994년부터 자동차 정비 입문서를 읽기 시작하며 간단한 것부터 하나둘씩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자동차 선진국은 시간당 작업 공임이 100달러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웬만한 남자들은 손쉬운 정비를 집에서 직접 합니다.

손재주가 있는 사람들은 엔진을 분해하는 큰 작업까지도 한다고 하네요. 물론 1∼2주일 정도 길게 시간을 잡고 퇴근 후나 주말에 차고에 틀어박혀 조금씩 정비합니다.

이처럼 큰 정비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어린이가 플라스틱 장난감을 조립하듯 자동차를 일종의 장난감으로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기자가 가장 처음 한 작업이 전조등 램프 교체였는데 간단하게 보였지만 배터리와 전조등 뒤커버의 공간이 좁아 한 시간 가까이 걸렸고 손에도 여기저기 생채기가 났습니다.

다음으로 점화플러그와 고압케이블 교체였는데 케이블은 쉬웠지만 플러그를 빼내다 21mm 소켓 공구를 엔진 사이로 떨어뜨려 작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결국 정비업소에 찾아가 차를 들어올리고 바닥에서 공구를 빼냈죠. 정비사는 “웬만하면 와서 하세요. 우리도 먹고살아야죠”라며 웃더군요.

정비가 책으로 보면 쉬워 보여도 경험이 없으면 작업 과정에서 실수를 많이 하게 됩니다.

이 밖에도 벨트류와 브레이크 패드 등 초보자에게 결코 간단하지 않은 정비도 해냈습니다.

가장 큰 실수는 엔진에 붙어 있는 스로틀 밸브(공기 흡입 장치)를 스프레이 방식 세정제로 청소하는 것이었는데 액체를 분무하는 대롱이 그만 엔진 속으로 들어가 버린 겁니다.

도저히 꺼낼 방법이 없어서 서툰 손길로 스로틀 보디와 엔진 윗부분에 있는 서지 탱크라는 부품을 모두 걷어내는 대공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5시간 정도 걸렸는데 조립을 하고 다시 시동이 걸리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물론 다음 날은 허리가 아파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었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이상한 눈초리 세례도 받았죠.

그래서 언젠가는 아파트를 떠나 개인 주택에 차고와 리프트를 마련해 직접 엔진을 분해하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전구류나 에어필터, 퓨즈 교환 같은 간단한 정비는 직접 도전해 보세요. 차를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답니다.

mobidic@donga.com

※카 라이프와 자동차 이야기는 격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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