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측정기사 자격증이 있는 박은혜(31) 씨는 삼성교정기술원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귀금속가공산업기사 자격증을 가진 장해식(38) 씨는 장신구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김은선(41) 씨는 청소년역사문화지도사 자격증 소지자다.
Q 어떤 자격증 땄나
▽장해식=결혼 14년차 주부다. 애들이 웬만큼 커서 대학시절 전공(시각디자인)을 살려 취직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2005년 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에 입학해 귀금속공예 과정을 2년간 공부했다. 지난해 말 국가자격증을 따고 창업했다. 나이도 있고 해서 회사에 취직하기보다는 창업을 택했다.
▽김은선=대학 졸업 후 결혼해 애 키우고 살면서 초등학교 특기적성수업 강사로 꾸준히 활동했다. 논술에 대비해 사고력을 키우는 수업이었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었다. 한양대 사회교육원에서 청소년역사문화지도사 과정을 6개월 배우고 자격증을 땄다. 이 분야는 국가자격증이 없어서 민간자격증을 땄다. 이 과정을 개설한 대학의 총장 명의 자격증이다.
▽박은혜=내 경우는 좀 다르다. 고교 졸업 후 4년제 일반 대학 대신 아예 2년제 기능대학에 진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국가자격증을 땄다. 당시에는 일반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일찍부터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딴 것이 직업 선택의 폭을 넓혀 준 것 같다.
Q 자격증 선택 기준은
▽장=다른 주부들로부터 “일을 해보고 싶은데 어떤 자격증을 따는 것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격증 활용도가 높은 분야가 무엇인지 꼼꼼하게 따져 볼 것을 권한다. 예컨대 귀금속가공 자격증을 따면 공예실기교사 자격증도 함께 나온다. 실기교사 자격증이 있으면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박=기능대 입학 당시 패션디자인학과를 가라는 주변의 충고가 많았지만 취업 경쟁력을 생각해서 나노측정과를 선택했다. 많은 여성이 ‘어렵다’ ‘힘들다’는 선입견 때문에 기계 분야에 도전하기를 꺼리는데 기왕 힘들게 자격증을 따는 거라면 몇 년 후 성장 가능성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주부라면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청소년역사문화지도사 자격증을 딴 것은 이 분야 전문강사로 활동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애들에게 창의적으로 논술을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Q 실제 일에 도움은
▽장=주변을 보면 자격증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귀금속공예 자격증을 땄을 때 보석감정사와 주얼리코디네이션 자격증을 함께 따는 사람도 많았다. ‘많을수록 유리하겠지’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도전하기보다는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분야를 정해서 그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자격증은 업무 연관성이 높을수록, 따기 힘들수록 대접받는다.
▽박=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다. 처음 중소기업에 근무하다가 7년 전 대기업 계열사로 옮겼을 때 자격증이 있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 현재 연봉은 360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자격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현재 직장에서 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많고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장=주부는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자격증을 따려고 공부할 때 보니 중도 포기하는 사람의 70∼80%는 주부였다.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국가기술자격증 582개… 따기 힘들지만 평생 유효▼
■ 자격증 종류와 발급기관은
자격증은 발급 기관에 따라 크게 국가기술자격증, 국가공인자격증, 민간자격증으로 나뉜다.
국가기술자격증은 국가가 시행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비교적 따기 힘든 대신 평생 소지할 수 있다. 현재 국가기술자격증은 582개 종목에 달한다. 몇 년 전까지 여성들은 정보처리 관련 자격증에 많이 몰렸지만 요즘에는 컬러리스트, 디자인 관련 자격증이 각광받고 있다.
국가공인자격증은 국가기술자격증 수준에 상당하다고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으로 민간 단체가 발급하며 2∼5년의 유효기간이 있다. 발급기관의 신뢰도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민간자격증은 민간 기관이나 협회에서 발급한다. 최근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독서논술지도사, 미술심리치료사, 네일아트, 비즈공예 자격증이 여기에 속한다.
자격증별로 관련학과 이수 요건이나 응시 기간 및 횟수가 다르다. 한국산업인력공단(www.hrdkorea.or.kr),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www.career.re.kr), 기타 자격증 발급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오늘 기사 넘쳐 ‘엄마가 들려주는 인생수업’ 칼럼은 한 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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