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는 이제 자기 소유의 자전거가 필요 없다. 300m 간격으로 시내 곳곳에 박혀 있는 무인대여소의 자전거 1만여 대는 파리 시민 모두의 것이다. 30분 이상을 타지 않는다면 돈 낼 필요도 없다. 1시간 타도 고작 1유로다. 사회당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고 해서가 아니라 이게 ‘사회주의적’이 아니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당장 드는 의문은 이런 것이다. 누가 돈을 대느냐.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냐. 그렇다면 오래갈 수 있을까.
그러나 기우(杞憂)다. 이 공공 자전거를 제작하고 운영하고 수선하는 모든 책임은 JC 드코라는 민간회사가 진다. JC 드코는 그 대가로 파리 시로부터 공공간판 1600여 곳의 독점 사용권을 받았다.
이 회사는 리옹에서 처음으로 버스 셸터를 설치하여 광고매체로 이용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이 아름답게 변한 것은 이때부터다. 언제부터인가 멋지게 변한 우리나라의 버스정류장도 JC 드코의 한국 자회사인 IP 드코가 만든 것이다.
블루오션 개념을 만들어 낸 유럽경영대학원(INSEAD) 김위찬 교수와 르네 모보르뉴 교수가 자신들의 책 ‘블루오션 전략’에서 대표적 사례의 하나로 제시한 것이 JC 드코다. JC 드코는 세계 최대 옥외광고 업체로 성장했고 창립자인 장클로드 드코 씨는 유럽 최고의 부자 리스트에 올랐다. 드코 씨는 돈만 번 것이 아니라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었고 이제 자전거도 제공한다.
자전거 혁명은 사실 2005년 리옹에서 시작됐다. 파리에 이어 뮐뤼즈 엑상프로방스 마르세유 브장송 등도 JC 드코와 계약을 맺었다. 자전거의 사회주의적 혁명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어느 자본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덕분이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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