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러 ‘국민酒’시장 비틀…외국업체들 기웃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위스키 브랜디 코냑을 보드카와 비교하지 말라. 보드카 앞에선 별 볼일 없는 것들이다….’

보드카를 찬양하는 러시아 노래인 ‘러시아 보드카’ 가사의 한 구절이다. 보드카를 즐겨 마시는 풍습이 남아 있는 러시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증류주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비즈니스 아날리티카’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팔린 보드카는 24억 L(약 157억 달러). 인구 1인당 한 달에 약 1.4L를 소비한 셈이다. 판매액은 전년도에 비해 10% 줄었지만 판매량을 보면 노래가사가 여전히 실감난다.

러시아 내부에서 보드카의 제조와 유통은 러시아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는 250개 제조업체가 몇 천 개의 보드카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았다.

술병에다 새로운 인지를 붙이도록 하고 유통 전산화를 시행하던 지난해 6∼9월에는 가짜 보드카도 모스크바 외곽 도시에서 유통됐다. 주류업자들이 정책에 반기를 들고 보드카 공급을 잠시 중단한 틈을 타 일부 범죄 집단이 공업용 알코올을 섞은 가짜를 일반 가게에다 팔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보드카 제조업체의 독과점은 맥주에 비해 심하지 않은 편이다. 맥주시장에서는 상위 5개 제조업체가 시장의 70%를 차지한 반면 보드카 시장에서는 제조업체 상위 5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27%에 불과했다.

선두 업체들의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러시아 시장을 기웃거리는 대형 외국 판매업체도 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앙유럽배급회사(CEDC)는 올해 안에 러시아 보드카 제조업체인 팔리야멘트 그룹의 지분을 인수할 의향을 비쳤다. 팔리야멘트 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2%. CEDC는 팔리야멘트의 현재 가치보다는 보드카 유통망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러시아에 들어온 외국업체 대부분은 프리미엄 보드카를 내놓았다가 러시아 회사인 루스키스탄다르트의 가격 경쟁력에 백기를 들었다. 한 병에 250루블(약 9200원) 이상인 프리미엄 분야에서 루스키스탄다르트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외국 업체들이 얼마나 선전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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