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010으로 가자’는 진영(KTF)과 ‘기존 01×를 지키자’는 진영(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맞서는 상황이다. 이 숫자 싸움에는 이동통신업체 간의 치열한 셈법이 함축돼 있다.
정보통신부가 23일 이와 관련된 ‘통신규제 정책 로드맵’까지 발표하면서 ‘식별번호 전쟁’은 더욱 뜨거운 국면을 맞고 있다.
○ 010 대 01×의 전쟁
올해 들어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인 ‘쇼(SHOW)’에 다걸기(올인) 한 KTF는 1위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의 대표적 번호인 ‘011’ 없는 ‘010 세상’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3G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기존의 01×식 식별번호를 ‘010’ 번호로 무조건 바꿔야 한다.
KTF가 최근 ‘010’으로 번호를 바꾼 고객에 대해 기존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자동으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기한 없이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010 전환’의 고삐를 당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3G 서비스의 준비가 덜된 LG텔레콤과 011 번호에 대한 ‘충성 고객’이 많은 SK텔레콤은 ‘01×’ 번호를 유지하는 것이 영업 전략에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실제로 SK텔레콤 고객의 39%인 824만 명이 011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들 고객 상당수는 010 번호의 공짜 3G 휴대전화보다 낡은 휴대전화의 011 번호를 더 선호한다”고 했다.
LG텔레콤은 자사 고유의 019 고객이 전체 고객의 16%(122만 명)밖에 안 되지만 SK텔레콤의 011을 지켜 줘야 3G 시장에 대비할 시간을 벌게 된다.
○ 정부 정책방향이 큰 변수
정통부는 내년 3월부터 3G 서비스 가입자들은 ‘범용 가입자 인증 모듈(USIM)만 갈아 끼우면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휴대전화와 이동통신사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23일 밝혔다.
3G 서비스의 활성화를 유도해 온 정통부로서는 3G 서비스의 핵심인 ‘자유로운 이동’까지 허용한 셈이다. 당연히 KTF는 환영하고, SK텔레콤 등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정통부는 또 “기존 3개 사업자만이 경쟁하는 구도로는 요금 인하가 어렵다”며 “통신망 투자 없이도 다른 사업자의 망을 빌려 저렴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규 통신사업자(소매상)의 진입을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도 “기존 사업자로 이뤄진 현행 시장구조에서는 시장 경쟁에 의한 요금인하를 유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기존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를 흔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