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부족한 소니’ 확 바꿔 놓겠습니다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애프터서비스(AS)도 제품(product)이다.”

윤여을(51·사진) 소니코리아 사장이 요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외우고 다니는 주문이다.

소비자의 AS 요구 수준이 세계 최고이고, 그 눈높이에 익숙한 삼성전자, LG전자라는 거대 기업이 버티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윤 사장은 “AS로 승부를 보겠다”고 한다.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자마자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솔직히 외국(일본)계 기업인 소니코리아의 AS 수준은 삼성, LG의 80% 정도입니다. 한국 소비자는 20%의 격차를 엄청나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소니 AS’에 대한 기본 인식을 바꿔 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사장은 최근 마케팅본부 산하에 있던 AS센터를 본부로 승격시켜 AS 전략을 마케팅이나 영업 전략 이상으로 중시하고 있다.

45개 공식 AS센터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는 중소 도시나 농어촌 지역 소비자는 무상택배 AS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달부터는 ‘온라인 원 스톱 AS 서비스’ 시스템을 가동한다. 그러면 △제품 고장의 자가 진단 △AS 신청 △수리 진행 상황 △AS 비용 결제 △만족도 평가 등을 인터넷으로 언제든지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윤 사장은 “AS는 소니 브랜드의 첫인상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를 ‘소니 AS 인식 개선의 원년’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AS 같은 서비스는 이제 제품에 딸려 가는 ‘덤’이 아니라, 제품에 대한 수요를 이끌어 내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제품의 부품이나 소재 하나하나가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는 기술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어렵습니다. 또 가격 경쟁에선 중국 업체를 이길 수 없다고 봅니다. 일본이나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남다른 새로운 서비스’입니다.”

그는 미국 애플의 MP3 ‘아이팟’이나 뮤직폰 ‘아이폰’의 대히트도 결국 ‘아이튠스’란 음악 콘텐츠 제공 서비스의 성공이 밑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고전도 그 같은 서비스와 제품의 융·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니는 영화, 음악, 게임이란 3대 콘텐츠 사업을 모두 갖고 있고 초고화질(full HD) TV, 핸디캠, 노트북, 방송장비 등의 탄탄한 하드웨어 라인업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둘을 결합한 소니만의 소트프웨어 서비스를 머지않아 선보일 겁니다.”

윤 사장이 인터뷰 말미에 귀띔한 말이다. 그 폭발력이 기대되면서도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소니처럼 준비하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글=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