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경련 회장 “돈은 윽박지르면 숨어버려”

  • 입력 2007년 7월 24일 03시 02분


23일 ‘2007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한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강압적으로 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3일 ‘2007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한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강압적으로 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투자는 윽박질러서 되는 게 아닙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3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 신라호텔에서 가진 ‘2007 전경련 제주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어떤 조건이면 기업들이 투자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돈은 엄청난 겁쟁이”라며 “미래가 불확실하거나 겁이 나면 어디로 숨어 버릴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출자총액제한제를 일부 완화해 주면 투자 여력이 생기지 않느냐 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돈으로 하여금 겁을 내게 한다”면서 “자본을 존중하고 감싸 주고 소중히 여겨 본인이 (투자)하고 싶은 의욕이 나게 해야지, 강압적으로 또는 윽박지른다고 해서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현재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위기라고 얘기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가 모든 경제운용을 100% 잘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5% 미만의 성장은 좀 아쉽다”며 “우리경제가 7% 가까이 성장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달러당 원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원화 가치는 상승) 어려운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있지 못하고 밖에 나가서 사업을 해야 한다면 위기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노사가 얼마만큼 운명 공동체가 되어 자기희생을 해가면서 경제를 살려내느냐 하는 게 문제”라며 “국내 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지나치게 높고 분배도 한쪽으로(대기업 근로자를 의미)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랜드 노조의 매장 불법점거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번 사태는 비정규직 법안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정부는)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대우를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실어 주는 정책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묻는 질문에는 “참여정부 동안 세계 경제가 참 좋았다”고 전제한 뒤 “옛날 같은 찬란한 성장은 못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을 성공시킨 만큼 평균점수는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출총제가 많이 완화됐지만 한미 FTA가 비준되면 남아 있는 규제만으로도 우리 기업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싸우라는 격이 된다”며 “9월 정부에 규제개혁 요구사항을 전달할 때 출총제 폐지도 포함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귀포=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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