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로 그린 듯한 표지의 다이어리, 코르크 달린 유리병에 넣어둔 편지지, 장난감 인형이 달려 있는 볼펜 등 이색 디자인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얄팍한 공책 한 권이 5000원이나 했지만, 66㎡(약 20평)의 매장은 20, 30대 여성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입점한 디자인 문구업체는 2001년 4곳에서 지금은 40곳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교보문고 내 바른손, 딸기 등 전통 문구업체는 매장 면적이 20%가량 줄었다.
국내 문구 시장에 ‘디자인 문구’ 바람이 불고 있다.
디자인 문구는 캐릭터에 의존해 대량 생산하는 전통 문구와 달리 여러 디자인을 채용해 소량 생산하는 문구제품을 말한다. 희소한 만큼 가격이 3∼4배 비싸다고 한다.
○ 문구도 ‘소장품’으로
디자인 문구업체는 2000년대 초부터 하나 둘씩 생겨, 지금은 3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기존 전통 문구업체는 저출산과 디지털화로 수요층이 줄어 고전하고 있지만, 디자인 문구업체들은 문구시장의 ‘비주류’인 성인 대상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해 성공했다.
디자인 문구업체 스프링컴레인폴의 ‘J다이어리’는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를 표지에 넣은 상품으로 지난해에만 2만 개를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 회사 권재혁 사장은 “복고풍 디자인으로 옛것을 그리워하는 어른들, 특히 20대 여성의 감성을 자극했다”며 “디자인이 승부처이기 때문에 직원의 절반 이상을 디자인 관련 전공자로 뽑고 있다”고 말했다.
문구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소장품’으로 만든 것도 인기 비결이다.
밀리미터밀리그람의 배수열 사장은 “문구를 학용품이나 소모품이 아닌 자신 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 전통 문구업체들의 변신
전통 문구업체들도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모닝글로리는 지난해 12월 ‘모닝글로리 프리미엄’으로 디자인 문구 사업을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고급 원단을 공책 표지로 쓰고,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를 넣었다.
가격은 기존 문구보다 3배가량 비싸지만 시판 이후 6개월 만에 월매출이 3배로 늘었다.
아트박스는 인기 캐릭터였던 ‘파자마 시스터스’를 이제 사용하지 않는다. 2005년 이후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그린 디자인 제품을 강화해 20대 여성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아트박스 측은 “감성적인 디자인이 필요한 만큼 지금은 디자이너를 뽑을 때 산업디자인학과보다 서양화나 도예과 출신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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