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노동 포퓰리즘 행보 ‘이랜드사태’ 더 꼬였다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이상수(사진) 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노동부 장관실에서 기자와 만나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랜드 사태는 사측과 노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양측의 양보를 촉구해 온 이 장관이 노사를 동시에 비판한 이날 발언은 최근 그에 대한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장관은 “이랜드 사측은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묵살해 오다가 정부와 민주노총이 개입하자 비로소 교섭에 나서는 무성의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대해서는 “하는 일이 다르면 임금 차가 나는 게 당연한데도 이랜드 노조는 ‘모든 정규직을 똑같이 대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제3자인 민주노총이 개입해 협상에 응하려는 이랜드 노조를 막고 남의 사업장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9일 장관실에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이랜드 문제 해법을 함께 논의했었다.

이 때문에 최근 이 장관의 노사문제 해결 방식을 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뜨겁다. 이 장관 스스로 사태를 꼬이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게 재계와 노동계의 시각이다.

실제 이 장관은 이 위원장을 만난 다음 날 이랜드 사측과 접촉해 민주노총과 노조의 요구를 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때 알게 된 사측의 협상안 일부를 16일 출연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밝혀 이랜드 사측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 장관이 방송에서 “뉴코아 계산원들의 용역직 전환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공개하자 당황한 이랜드 사측은 “이 내용은 교섭 테이블에서 분위기에 따라 쓸 수도, 안 쓸 수도 있는 ‘협상 카드’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장관은 기자브리핑 등에서 “2년으로 돼 있는 비정규직법상의 정규직 전환 기간을 3년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부 공무원들은 “갓 시행된 법의 개정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앞서 이 장관은 올해 초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들에 대해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을 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해 파업 장기화의 빌미를 제공했다.

6월에는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의 권리를 강화하는 특수고용직보호법을 정부법안이 아닌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해 경제 5단체가 반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이 장관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는 “정책에 일관성이 없이 혼란만 가중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대화가 잘될 것 같을 때는 민주노총과의 공조를 내세우고, 경찰 투입으로 사태가 악화되자 민주노총을 제3자라고 폄훼하는 것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이 장관의 발언과 행동은 정부가 균형을 잃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입을 모은다.

박준성(경영학) 성신여대 교수는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할 정부가 불법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대해 노조의 기대수준을 높이고 기업과 노동자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민주노총은 제3자이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차원에서 만났으며, 이랜드의 협상 전략을 공개한 것은 사측의 양보를 기정사실화해 노조의 양보도 얻어 내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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