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코스피지수가 120포인트 이상 떨어지자 각 증권사 지점에는 "본격적인 조정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사람들은 당황하는 표정도 역력했다. 하지만 향후 반등을 기대하면서 주가 급락을 이용해 펀드에 가입하는 움직임도 비교적 활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구조적인 악재가 없어 큰 폭의 하락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다시 올라가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탈한 투자자들 '일단 관망'…"위기는 기회" 매수도
이날 한때 코스피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하락폭이 커지자 대다수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투자증권 목동지점 이혜정 차장은 "많은 고객들이 '조정은 이해할 만하지만 하락폭이 너무 큰데다 외국인들이 너무 많이 팔아 불안하다'고 걱정했다"며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투자자의 투매 움직임은 별로 나타나지 않았고 앞으로 추세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마음을 졸이면서도 일단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조정을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투자자도 눈에 띄었다. 한국투자증권 합정동지점 박금영 지점관리팀장은 "주식형 펀드의 추가 매입 주문이 줄을 이었다"며 "앞으로 추가 조정을 염두에 두면서 대부분 소액으로 분할 매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광주지점의 권정선 지점관리팀장도 "펀드 환매는 없었고, 추가 매입 주문만 이어졌다"며 "고객들이 증시 조정에 익숙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혜정 차장도 "상당수 고객들이 새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등 간접투자에 적극 나섰다"고 밝혔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26일 기준 펀드 수탁고는 262조7169억원으로 1999년 7월 22일 세운 종전 기록 262조5660억원을 넘어 8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 '팔자'에 날아간 40조…개인은 '사자'로 맞불
그동안 주식 투자를 위해 기회를 엿보던 개인 직접 투자자들도 조정 국면을 적극 활용했다. 개인은 이날 하루 동안 7100억 원 어치 이상을 순매입(매입금액에서 매도금액을 뺀 것)했다. 개인 순매입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반대로 외국인들은 8400여 억원을 순매도해 사상 최대 금액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13일 이후 이날까지 10 거래일 동안 연속으로 모두 4조2000여 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세무조사 악재까지 겹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만원(4.79%) 떨어진 59만6000원에 마감해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포스코와 한국전력도 각각 4.44%와 5.45% 하락한 51만7000원과 4만3400원에 장을 마쳤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매도는 글로벌 증시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가 금리와 글로벌 증시 상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 팀장은 "일본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외국인 매도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800~1,850에서 하락세 진정될 것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대부분 코스피지수 1,800~1,850선에서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주가가 다시 상승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증권 조윤남 투자전략부장은 "이전의 사례를 보면 오늘처럼 심한 충격이 왔을 때 증시가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며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3월 이후 쉼 없이 상승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의 조정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1, 2개월 정도의 기간 조정 후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1,850선을 예상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하락 저점은 1,800선이 될 것"이라며 "급락세는 점차 마무리될 전망이지만 코스피지수 2,000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조정이 다음주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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