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 지하철 100배 즐기기<8>오룡역

“충청 대동 동화 동남 경기 등 5개 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정리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1998년 6월 27일 토요일 오후 11시 대전 중구 오류동 충청은행 본점(현재 하나은행 콜센터). 지방은행 퇴출 소식이 TV 마감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자 말쑥한 정장 차림의 은행원들은 일제히 머리띠를 두른 투사로 변신했다. 하지만 지역 유일의 지방은행으로 30년 역사를 가졌던 충청은행은 결국 하나은행에 합병됐다. 대전에서 외환위기를 실감케 한 최대 사건이었다.

대전지하철 오룡역이 있는 동서로 사거리(옛 서고 사거리)가 이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고층의 오피스 빌딩이 속속 들어서면서 스카이라인까지 확 바뀌고 있다.

▽스카이라인 바꾼 오피스 타운=오룡역은 오류동과 용두동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 오류동이라는 동명은 다섯 그루의 능수버들이 있었다는 데서, 용두동은 인근 야산이 용의 머리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오룡역 1, 2번 출구 쪽에는 금호생명 빌딩, 3, 4번 출구 쪽에는 사학연금회관과 LG텔레콤 빌딩, 7, 8번 출구 쪽에는 동아일보 빌딩과 대순진리회관이 빌딩 숲을 형성하고 있다. 타이어뱅크가 있는 5, 6번 출구 쪽에만 고층 빌딩이 없다.

서대전 사거리 방면으로는 동부화재와 중도일보, 하나은행 콜센터 건물도 자리 잡고 있다.

신도심보다 임대료가 15%가량 싼 데다 지하철까지 개통돼 빈 사무실이 크게 줄고 있다.

1999년 도안동으로 이전한 목원대에는 목양마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주변에 을지대의대, 대성고, 충남여고, 호수돈여고 등이 있다.

유성 방향의 수침교 밑을 흐르는 유등천(버드내)은 대전의 3대 하천 가운데 하나로 주변으로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의 주민들이 자랑하는 산책 코스이다.

중구는 용두동 일원을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공동주택 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동네 슈퍼마켓 같은 태평시장=1980년대 초반 형성된 점포 200여 개(상인회 등록은 125개)의 이 시장은 태평 및 쌍룡아파트(옛 태평주공아파트), 일반 주택단지 속에 있어 마치 동네 슈퍼 같은 인상을 준다.

대전 최고의 부촌이던 삼부아파트 주민들의 고급 취향 때문에 정육이나 생선 등은 질이 좋은 대신 값은 비싸다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하지만 야채는 상인들이 인근 고향의 산지에서 직접 가져오기 때문에 다소 싸다.

권판선(나로도 수산) 태평시장상인회장은 “태평 오거리의 노점들이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이리로 집단 이전했다”며 “당시 인근 농촌에서 농산물을 가져다 팔던 사람들이 시장 상인이 됐기 때문에 지금도 농산물은 고향에서 직접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값싸고 맛깔스러운 먹을거리=직장인을 겨냥한 식당들이 오룡역 주변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다.

정갈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한정식집 인정원(254-4999)과 홍어탕 아귀탕 낙지전골이 일품인 용두골식당(226-7645), 묵은 김치를 곁들인 삼겹살로 유명한 밥짓는 마을(523-6711) 등이 늘 붐빈다.

금호생명과 중도일보 사이의 뒷길에 있는 ‘콩밭에서’(531-2434)는 직접 두부를 만들어 사용하는 두부요리 전문점이다. 중구 선화동 삼성생명 뒤편에서 이리로 최근 이전했다. 두부전골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고 콩나물밥도 맛이 아주 깔끔하다.

주인 김영애(51) 씨는 “콩은 강원도에서 가져온 국산 콩을 쓰고 두부를 만들 때는 화학 간수가 아닌 바닷물을 쓴다”며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두부 맛이 연하고 고소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대전역 주변에는 1만5000장의 LP판을 구비한 음악카페 ‘전기줄 위의 참새’(533-6686)가 고객들을 추억 속으로 안내한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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