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낯선 이름인 필드 테스터는 휴대전화를 시장에 내놓기 전, 실제 환경에서 미리 사용해 품질을 시험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휴대전화 여러 대와 노트북 컴퓨터, 네트워크 분석 장비를 동원해 테스트를 하다 보니 테러범으로 몰리는 해프닝을 겪었다.
휴대전화는 아무리 잘 만들었더라도 실제 이용할 곳의 이동통신 환경에 맞지 않으면 작동이 잘 안 된다. 따라서 휴대전화 통화 품질과 무선인터넷 기능 등을 직접 사용해 본 뒤 최종 수정하는 필드 테스터는 좋은 품질을 만들기 위한 마지막 단계의 산파(産婆)로 인정받는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기업인 노키아, 삼성전자 등의 필드 테스터는 수백∼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최근 세계 5위의 휴대전화 제조기업인 LG전자의 경기 평택시 디지털파크(공장)를 찾아가 필드 테스터들의 숨겨진 활약상을 들어봤다.
50명의 LG전자 필드 테스터가 연간 시험하는 휴대전화 종류는 6000여 가지. 미국, 인도 등 38개국에 수출되는 모든 모델을 현지에서 직접 시험한다. 테스터들은 한 국가에 도착하면 2, 3주에 걸쳐 전파가 약한 지역이나 도시 외곽을 속속들이 찾아다닌다.
해외 각국에서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지역을 찾는 것이 이들의 노하우. 하지만 외진 곳에서 시험하다 보면 오해를 많이 산다.
런던에서 테러범으로 지목되는 해프닝을 겪었던 박형성 과장은 “시장에 공개하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안 띄게 보안을 지킨다. 그러다 보니 은밀하게 이상한 작업을 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인도, 중국 지역을 담당하는 신용호 대리도 “낯선 국가에 찾아가 시험을 하다가 현지인의 오해를 사 폭행을 당하거나 경찰에 끌려가는 일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같은 팀 우덕구 차장은 “힘들게 테스트한 제품이 시장에 나와 대리점에 진열된 것을 보면 흐뭇한 기분이 든다”며 “외국인 손에 들려진 LG전자의 휴대전화를 볼 때면 ‘그 전화 어때요?’라고 말을 걸어 보고 싶은 희열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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