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이 움직이지 않아도 달릴 수 있는 차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렉서스 하이브리드카 CF에 등장한 문구다. 실제 체험하는 첫 순간은 이처럼 약간 당혹스럽다. 엔진과 모터를 병용하는 특이한 구동방식 때문이다.
계기반을 보자. 속도계 아래로 이런 그림이 뜬다. 왼쪽에 바퀴, 오른 쪽에 축전지. 둘 사이에 화살표가 나타나 수시로 방향을 바꾼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화살표는 바퀴를 향한다. 시속 30km를 넘어서자 화살표 위에 엔진 그림이 뜬다. 동시에 화살표 두 개가 바퀴를 향한다.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다. 엔진이 사라짐과 동시에 화살표가 방향을 바꾼다. 바퀴에서 축전지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그 정의가 새롭다. ‘상생(相生)’이다. 구동방식은 복잡하지만 추구하는 목표는 단순하다. 지구와 사람 살리기(배기가스 저감)다. ‘연비 향상 연료 절감’(공식 연료소비효율 L당 12.9km)은 그저 부산물에 불과하다.
지구 환경을 화석연료의 위해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솔루션의 하나인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그중 LUV인 RX400h는 사륜구동 차량으로는 처음 등장한 모델이다. 이 차에 담긴 ‘상생’의 메시지와 잘 어울리는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지리산. 반도의 어머니, 지리산 자락은 인간이 자연에 가한 위해의 한계가 극명히 드러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해답이 또한 여기 있다.
경남 함양에서 올라탄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으로 나와 군도(60번)와 지방도(861번)를 갈아타고 지리산의 어깨를 올랐다. 그러기를 40분. 뱀사골 입구를 지나 달궁을 경유해 오른 해발 1090m의 고갯마루. 성삼재다.
휴가객도 빠져나가 정적에 싸인 고갯길을 오르는 내내 마음은 무척이나 편하고 가벼웠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지리산에 내뿜을 배기가스가 평소의 20분의 1에 불과했으니. 나와 자연의 관계를 되돌아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차. 그 점에서 렉서스 하이브리드는 의미가 있는 아이콘이다.
돌아오는 길. 함양의 오도재에 들렀다. 오도재(773m)는 지리산 골짜기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 넘는 고개. 칠선계곡이 있는 마천면 쪽에서 오르는 길. 지리산의 장대한 산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자리에 팔각정과 함께 ‘지리산 전망대’(공원 겸 주차장)가 섰다. 고개 북쪽(함양읍 쪽) 산기슭에는 최근 조성한 변강쇠와 옥녀의 묘(함양군 휴천면 월평리)도 있다. 판소리 ‘가루지기타령’에는 두 사람이 고개 너머 마천면의 등구 마을에서 함께 살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함양에서 이 오도재로 가는 지방도 1023호선. 도중에 지나는 지안치는 지그재그로 가설된 고갯길이 기하학적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멋진 풍치도로다. U턴에 가까운 헤어핀 커브가 다섯 개나 쉼 없이 이어지는데 한국타이어 CF로 눈에 익은 곳이다.
함양=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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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트레킹=편도 4.7km, 2시간 소요. 가파르지 않아 어린이도 함께 오를 수 있는 코스. 노고단 정상까지 오른다. 성삼재에 유료주차장이 있다.
◇맛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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