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 경색 위기가 올해 실적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신용 경색이 국내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전망과 달리 금융회사 CEO들은 위기의
본질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본보가 29일 은행, 증권, 보험, 카드사의 CEO 1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이번 설문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 박해춘 우리은행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김종열 하나은행장, 강권석 기업은행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 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등 10명이 참여했다.
○금융회사 수익성 악영향
CEO 10명 중 7명은 이번 신용 경색 위기로 “수익이 약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배호원 사장, 김성태 사장, 박종수 사장 등 증권사 CEO 3명은 모두 수익 악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강정원 행장, 강권석 행장, 이수창 사장은 “수익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태의 여파를 적절하게 예측하고 대비했는가’란 질문에 대해 4명은 “어느 정도 그랬다”고 답했고 5명은 “약간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권석 행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예측하거나 대비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밝혀 눈길을 끌었다.
CEO들은 신용경색 우려의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 비슷한 위기가 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8명은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지만 신상훈 행장과 유석렬 사장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리스크 관리 중요성 절감했다”
CEO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를 통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김종열 행장은 “만사가 순조로워 보일수록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배호원 사장은 “고수익을 추구하면 그에 상응하는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는 대답도 많았다.
김성태 사장은 “글로벌 상품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한 종류의 자산 버블 붕괴가 전체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CEO 10명 중 8명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및 정책을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신상훈 행장은 “11개 관련부서가 참여하는 위기관리점검반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박해춘 행장은 “투자와 심사조직의 책임과 역할을 조정할 방침이며 투자 정책 및 전결권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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