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건강을 드립니다.’
김인철(55) LG생명과학 대표이사 사장의 명함에 새겨진 문구다. 김 사장은 “세계적으로 고령화 추세에 접어든 가운데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바이오·제약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밝다”며 “국가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바이오·제약산업을 키우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적지 않은 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사람이 행복해지는 약 만들어야
김 사장은 “의약품은 감성적인 상품”이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키에 무척 민감하지 않나요. 1년 성장호르몬을 맞으면 10cm가 크지요. 아이들의 자신감이 달라지고, 사람의 인생까지 바꿀 수도 있습니다.”
LG생명과학은 최근 ‘고령화’를 중요한 키워드로 삼고 있다.
평균수명 증가와 출산율 감소로 우리 사회는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치료제(히루안플러스), 노화방지제(디클라제) 등을 개발하고 당뇨병과 비만 등을 막는 제품의 연구개발(R&D)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바이오·제약산업은 인간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철학이다. 그는 “LG생명과학을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까지 포함한 건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세계적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바이오·제약산업에 도전해야
김 사장은 바이오·제약산업이야말로 한국인이 도전해야 할 미래 성장산업인데도 그동안 R&D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점을 무척 아쉬워했다.
“떡이 나오면 달지만,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해 누구도 쉽사리 달려들지 못합니다. 상품화에 대개 10년 이상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 실패할 확률이 높고 연구 인력을 많이 투입해야 합니다.”
그는 “한국이 정보기술(IT) 분야에 뛰어든 것도 처음에는 무모한 것처럼 비쳤지만, 결국 IT 강국이 됐다”며 “바이오·제약산업도 산관학이 협동해 R&D에 힘을 기울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LG생명과학은 새내기 회사인 동시에 오래된 회사”라고 했다.
LG생명과학의 뿌리는 1981년 럭키(현 LG화학)의 유전과학연구부. 이후 유전과학연구소 설립과 안진제약 인수 등을 통해 바이오·제약분야 사업과 R&D를 확대하면서 2002년 LG생명과학으로 출범했다.
LG생명과학이 2003년 국내 제약산업 역사 100여 년 만에 최초로 항생제 신약 ‘팩티브’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것도 R&D 경험과 무관치 않다.
○ R&D 늘리고 해외시장 공략할 것
김 사장은 “20여 년간 R&D에 매진해 왔지만, 수익을 내는 기업활동을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4년밖에 안 됐다”며 “수익성을 구체화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LG생명과학은 R&D 인력뿐 아니라 마케팅·영업분야에서도 외국인 직원을 영입할 계획이다. 또 올해 매출액의 25% 수준인 600억 원을 포함해 2011년까지 총 4000억 원을 R&D에 투입기로 했다.
꾸준한 신약 개발을 통해 2008∼2009년 세계 바이오·제약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인철 사장은 △1977년 서울대 약학과 학사·석사 졸업 △1985년 미국 일리노이대 이학박사 학위 취득 △1986년 미국 듀크대 의대 연구원 △1988년 미국 글락소 제약사 책임연구원 △1993년 럭키 부장 △1995년 LG화학 상무이사 △2005년 LG생명과학 부사장 △2006년 LG생명과학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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