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을 일컫는 말이다. 아직도 ‘IBM’ 하면 많은 사람이 PC를 떠올리지만 지금의 IBM은 PC를 생산하지 않는다. 2005년 중국 레노버에 PC사업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프린터 부문마저 사업 분리를 선언했다.
그런데도 ‘IBM=노트북PC 제조업체’로 오해하고 한국IBM에 입사하는 신입사원이 적지 않다.
한국IBM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 강종현 과장은 “지금도 ‘IBM PC를 좀 싸게 살 수 없느냐’는 친지나 친구의 부탁을 종종 받는다”고 했다.
사업적 통찰력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통합 컨설팅 회사’인 IBM에 대한 이런 오해와 무지(無知)는 역설적이게도 끊임없는 변신과 혁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1] “이제 컴퓨터 회사가 아니다”
“IBM은 10년 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업이 됐다.”
2006년 새뮤얼 팔미사노 IBM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PC 제조 기업의 명성을 버리고 컨설팅과 IT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는 선언이었다.
1980, 90년대 가정과 기업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PC는 IBM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1세기의 IBM은 책상 위의 PC 대신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 △경영 및 조직문화 등과 관련한 다양한 ‘혁신(이노베이션)제품’을 고객에게 판다.
일본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인도 통신회사인 바르티가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해 가입자를 3배로 증가시킨 것은 모두 ‘IBM 혁신’을 구매한 결과다.
IBM이 지난해 세계 760여 명의 주요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2명은 ‘앞으로 2년 안에 비즈니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IBM의 변신은 이런 변화를 앞서 읽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보편화된 ‘e비즈니스’란 말을 처음 쓴 것도 IBM이었다.
한국IBM도 IBM을 따라 근본적으로 변했다. 회계학을 전공했고 글로벌서비스 분야에서 주로 근무한 이휘성 사장이 2005년 44세의 ‘젊은 나이’에 선임되자, 당시 IT 업계에서는 “한국IBM은 이제 컴퓨터 회사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2] 기업 전산화-정보화 전도사
“우리나라로서는 처음으로 경제기획원 통계국에 설치된 IBM 전자계산기가 24일 낮 12시 30분부터 시동되었다. 1966년의 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하려면 통계국 직원 460명과 2억1000만 원, 그리고 14년 반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계를 쓰면 9000만 원과 1년 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
1967년 6월 24일자 동아일보 기사의 일부다. 이처럼 한국 컴퓨터와 IT의 역사는 한국IBM과 함께 시작됐다.
한국 기업의 전산화 정보화에도 항상 한국IBM이 있었다. 1969년 락희그룹(현 LG그룹)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기업 전산 시스템을 설치한 것도, 1974년 대한항공의 첫 온라인 국제 항공 예약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한국IBM이었다.
또 1977년 국민은행의 예금 온라인 시스템 첫 가동도,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전산 시스템 운영도 한국IBM이 맡았다.
한국IBM에 근무했던 이용식 메트라이프생명 상무는 2000년 ‘한국IBM의 기업문화 발전과정’이란 논문에서 “IBM은 한국에 뿌리내린 최고 글로벌 정보기술회사이자 e비즈니스를 선도하는 정보산업의 명실상부한 리더”라고 자부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IBM의 역사는 곧 정보화의 역사였다.
1914년 펀치카드, 1935년 최초의 전동 타자기부터 시작한 IBM의 기술 개발은 1946년 최초의 소형 전자계산기, 1957년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 1968년 D램(RAM), 1971년 플로피 디스크 등으로 이어졌다.
[3] 뇌물-비자금 홍역…“한국에 지나치게 적응?”
신재철 LG CNS 사장, 정태수 LG엔시스 사장, 변보경 코오롱아이넷 사장, 홍순만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이강태 삼성테스코 부사장, 손영진 시스코코리아 사장, 한의녕 SAP코리아 사장, 서주석 이루넷 사장 등등….
한국 IT 업계를 주도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IBM 출신이라는 점이다.
1967년 출범한 한국IBM은 IT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업문화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3년 4월 주최한 ‘기업윤리학교’에는 당시 한국IBM의 상임 법률고문이 강사로 나와 IBM을 모범 사례로 들며 기업윤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가운데 “IBM은 스스로 혹은 타인을 통해 뇌물을 주거나 받지 아니한다”는 윤리의식을 특히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IBM은 ‘제 도끼’가 썩어 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같은 해 말 한국IBM은 정부의 서버와 PC 납품권을 따내기 위해 2001년부터 국세청 정보통신부 검찰의 관련 직원들에게 2억9000여만 원의 뇌물을 준 사실이 검찰조사에서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3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대표적인 외국계 기업인 한국IBM은 “한국 사회에 지나치게 잘 적응하고 있다”는 비아냥을 한동안 들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IBM은 이 사건을 투명경영을 다잡는 계기로 삼아 예전의 신뢰를 하나씩 회복하고 있다. 모든 업무에 글로벌 윤리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한국IBM의 기업문화는 이때 더욱 견고해졌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직급별 연봉? 그런 거 없어요!
한국IBM의 연봉은 3000만 원부터 수억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신입사원 초봉은 약 3000만 원. 이후엔 개인별로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과장은 얼마, 부장은 얼마 식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직무별 임금체계, 철저한 개인 성과주의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국IBM은 개인의 성과를 업적평가제도(PBC·Personal Business Commitment)를 통해 평가한 뒤 이를 ‘세일즈 인센티브’ ‘서비스 인센티브’ 등으로 연봉에 반영한다. 인센티브의 기본 가이드라인이 기본 연봉의 100%를 훨씬 웃돌 만큼 비중이 크다.
개인 성과가 월등히 좋을 경우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반영돼 연봉의 세 배, 네 배 이상의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예를 들어 연봉 3000만 원인 사원이 성과에 따라 9000만 원, 1억2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과장, 부장이 4000만∼9000만 원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밀이 철저하게 보장돼 실제 그런지는 확인할 수 없다. 일반 직원이 사장보다 많은 연봉을 받더라도 이는 일급 비밀사항이라는 것.
홍순옥 인사부 실장은 “기본적으로 직급에 따라 임금이 일정액씩 상승하게 돼 있지만 개인별 성과별로 연봉 차등이 심해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Q&A/ 이런 게 궁금해요
본보는 취업사이트에 올라온 한국IBM 입사에 관한 궁금증과 이에 대한 회사 측 답변을 소개한다.
Q.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A. 매년 하반기 공개채용과 연중 수시채용이 있다. 신입 채용은 대부분 공채를 통해 이뤄지지만 필요시 수시채용을 통해 뽑기도 한다. 전체 채용인원의 절반 이상은 신입사원으로 하는 게 원칙이다.
Q. 대학생 인턴제도도 운영한다는데….
A.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여름과 겨울방학에 맞춰 주요 대학의 교수들에게서 추천을 받아 선발한다. 인턴들은 8주간 IBM의 각 부서에 배치돼 현장을 경험한다. 지금까지 1기 인턴 40명 가운데 5명, 2기 인턴 45명 가운데 1명이 공채를 거쳐 IBM 직원이 됐다. 인턴 출신 공채 합격 비율은 앞으로 더 늘려갈 방침이다.
Q. 정보기술(IT) 전공자에게 더 많은 입사 기회가 있나.
A. 아니다. IBM의 사업은 기업 전략 컨설팅부터 IT 시스템의 구축 유지 관리까지 전 영역에 걸쳐 있다. 지난해에도 입사자의 절반 이상이 비IT전공자였다.
Q. 신입 입사 전형은….
A.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 및 신체검사의 순으로 이뤄진다.
Q. 필기시험이란….
A. IBM 미국 본사가 지원자의 논리력과 사고력 측정을 위해 개발한 직무적성검사를 의미한다. 문제는 영어로 돼 있으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장애인 및 국가보훈대상자에게는 가산점을 주고 있다.
Q.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나.
A. 개별, 그룹, 영어면접의 3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경우에 따라 임원 면접이 추가되기도 한다. 영어면접 외 별도의 영어시험은 없다.
Q. 어느 정도의 영어 수준을 요구하나.
A. 직군별 차이가 있긴 하지만 IBM의 업무는 해외와 협업할 일이 많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한 의사소통을 영어로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Q. 해외 근무 기회는 많은가.
A. 다양한 장단기 해외 근무 기회가 있다. 현재 한국IBM 출신으로 해외 본부에서 일하는 직원은 60명 정도이다. 특히 올 10월부터는 ‘GOM(Global Opportunity Marketplace)’이라는 글로벌 인력 통합관리 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에 IBM 직원이라면 누구나 세계 170여 개국, IBM의 개방된 직무에 지원할 수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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