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 전 청장은 그동안 매사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 온 데다 업무상 비리나 실수와 관련해 전혀 물의를 빚은 적이 없어 이번 사건은 더욱 큰 충격이라는 게 국세청 직원들의 전언이다. 국세청 일각에서는 “정 전 청장의 평소 스타일로 보면 가슴이 떨려서 1억 원이나 받아 챙길 사람이 못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구나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소개한 김 씨에게 정 전 청장이 탈세 제보자의 신원까지 넘겨줬다는 보도가 나오자 “혹시 ‘거역할 수 없는 어떤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탈세 제보자의 신원을 세무조사 대상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국세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정 전 청장의 행시 기수가 차기 국세청장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그가 어떤 식으로든 ‘권력 실세(實勢)’들에게 선을 대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승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던 민감한 시기에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인을 발 벗고 도와준다는 것은 국세청의 조직문화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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