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기업이든 미래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지멘스, 브리티시텔레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상설기구로 미래 예측 부서를 두고 있는 이유다.
지멘스는 2004년 ‘향후 10∼15년 동안 유럽의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 보고서 ‘호라이즌2020’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기업 최고경영자와 정치인, 미래학자 등 수백 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해 2020년까지 유럽 사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놨다.
이 두 개의 시나리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펙트럼 중에 유럽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유럽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한국과 무관할 수 없다. 보고서에 나타난 두 가지 미래 사회를 요약해 소개한다.
○시나리오1…감속화된 사회
이 사회에서는 사회적인 책임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인 기술을 선호한다.
고령자들은 사회에 잘 융화하며 어린이는 최고의 가치를 대표하는 존재가 된다.
정보와 지식, 서비스 사회를 지향하는 추세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미디어, 일, 휴식을 위한 ‘스마트 홈’(디지털화되고 지능화된 주거공간)이 부각되고 사람들은 다시 가정을 중심으로 모인다.
경제 성장은 느리고 생산지로서의 유럽은 아시아 신흥국가들을 따라갈 수 없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개인 건강보험, 연금 및 사회보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유료 도로가 증가하고 지역 공공 운송 및 주차 요금이 인상돼 이동 비용이 증가한다. 수입 감소에 따라 소비는 이제 신분의 표출 수단이 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신중한 소비가 요구된다. 개인의 다양한 기호를 존중하는 추세에 따라 각자의 선호도에 맞춘 호텔과 관광산업이 인기를 끈다.
○시나리오2…성과 지향적인 자기중심 사회
테러와 네트워크 파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회사도 늘어난다. 건강관리와 치안부문이 경제의 강력한 성장 동력이 된다.
국가 역할의 축소로 개인의 성취와 책임이 강조된다. 자아성취가 최고의 목표로 간주돼 소비 자체가 가치를 지니게 된다. 모든 세대가 자신을 우선순위에 둔다.
전통 가족은 그 중요성을 잃고 다양한 관계로 대체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부부만이 자녀 양육과 직장생활을 조화시킬 수 있다. 고학력 엘리트가 경제와 문화를 지배한다. 각 나라를 여행하며 치료를 받는 의료 관광이 증가한다.
자원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극에 달하고 이는 자원 부족을 초래한다. 환경 보호를 외치지만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할 준비는 충분히 돼 있지 않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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