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판매가 줄면서 현대차 베이징(北京) 공장의 생산량은 당초 목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공장 가동률도 낮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내 판매 목표도 하향 조정했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시장 판매가 급감하면서 현대차 베이징 공장은 5월부터 잔업과 특근을 없애는 등 생산라인 가동률을 목표치보다 30∼50% 줄여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5월에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인 제2공장 완공으로 현재 30만 대인 생산 규모가 내년 50만 대, 2009년에는 60만 대로 늘어나 현대차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판매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생산 규모가 확충되면서 현대차의 전체적인 중국시장 전략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판매 목표 첫 하향 조정
2005년 연간 30만 대 생산 규모로 완공된 현대차 베이징 공장은 지난해 월평균 2만4000대를 생산한 데 이어 올해는 월평균 2만7000대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까지만 해도 2만5000대 수준이던 생산량이 2월부터 2만 대 밑으로 떨어지다 6월에는 1만4000여 대 생산에 그쳤다. 이는 당초 목표 생산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적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5월부터 잔업과 특근을 없앴으며 정상조업 시간도 일부 단축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올해 판매 목표도 당초 32만 대에서 26만 대로 낮췄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 목표를 축소한 것은 2002년 현대차 현지법인인 ‘베이징현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서는 이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고 올해 판매량이 24만∼25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당초 목표인 32만 대보다 7만∼8만 대 적은 것으로 지난해 월평균 생산량 기준으로 3개월간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할 물량이다.
2공장까지 완공되면 물량 부담이 크게 늘어나 현대차가 2개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판매 목표를 종전 55만5000대에서 51만 대로 낮췄다.
현대차 측은 “미국은 중국과 달리 판매 부진 때문이라기보다 미국 시장의 수요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 시장 변화에 대응 늦어
현대차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 순위는 2005년 4위(23만3668대), 지난해 5위(29만11대)였지만 올해 4월과 6월에 11위까지 떨어졌고 7월에는 8위였다.
현대차의 올해 1∼7월 판매 실적은 12만85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5월부터 중국 시장에서 EF쏘나타와 아반떼XD에 대당 100만 원 정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며 이달부터는 아예 EF쏘나타, 아반떼XD, 베르나 등 3개 모델의 가격을 62만∼200만 원 정도 인하했다.
청두(成都)상보 등 현지 언론은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가 불과 2, 3년 사이에 화려한 신데렐라에서 주변부 자동차로 밀려날 처지에 놓였다”며 “현대차는 경쟁자의 변화를 눈여겨보지 않았고 구형 모델에 너무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지난달 30일 “현대차의 중국 제2공장 건설 계획이 성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제2공장에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바꾼 신형 NF쏘나타와 아반떼HD를 생산하면 판매량이 늘어 2개 공장을 운영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현대차 노사 교섭 재개… 합의는 못해▼
현대자동차 노사가 3일 오후 임금, 단체 협상을 위한 본교섭을 재개했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회사 노사는 4일에도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20분경 울산공장 본관에서 윤여철 사장과 이상욱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등 노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1차 본교섭을 열었다. 이날 교섭에서 회사 측은 △임금 8만1000원(기본급 대비 5.59%, 통상급 대비 4.56%) 인상 △성과급 300%(통상급 대비)+하반기 생산목표 달성금과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 원 지급 등을 노조에 제시했다. 이는 회사 측이 지난달 24일 제시했던 안보다 임금은 3000원, 일시금은 100만 원 늘어난 것이다.
노사는 이날 노조 측이 요구한 임단협 개정과 별도 요구안 40개 조항 가운데 △국내 생산물량 감소 시 해외공장 물량 국내 이관 등 29개 조항에 대해서는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가 요구한 △상여금 통상급의 700%에서 800%로 인상 △정년 2년 연장 등 11개 조항은 합의하지 못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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