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개막해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의 영상음향(AV)멀티미디어 전문 전시회인 ‘IFA 2007’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선보인 손님 끌기 전략들이다.
첨단 기술과 제품을 찾아 끊임없이 전시장을 떠도는 ‘디지털 유목민’들의 발길을 최대한 많이, 오래 붙잡기 위한 각국 대표 업체들의 ‘기 싸움’은 행사 기간 내내 치열했다.
○ 관람객 이목 끄는 아이디어 백태
6일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은 32개국, 총 1049개 업체. IFA 운영위원회가 예상한 관람객 수는 21만2500명에 이른다.
그렇다고 모든 전시 부스가 북적이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입장료로 15유로(약 2만 원)라는 만만치 않은 돈을 지불한 관람객들은 본전을 뽑을 수 있는 볼거리나 놀이거리가 있는 곳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덴마크의 프리츠 한센 등 프리미엄 가구 회사의 제품으로 집처럼 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공간을 꾸몄다. 삼성전자 측은 “전자제품 위주의 딱딱한 전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또 화려한 의상의 미녀 모델과 찍은 사진을 곧바로 인화해 주고, 독일 현지 가수들의 노래와 춤으로 전시장의 흥을 돋웠다.
세계적인 프로젝터 업체인 엡손은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해 손님을 끌었다. 천장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자동차 화면’을 비추자 엡손 부스를 지나는 관람객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바닥의 자동차를 밟는 게임을 벌였다. 이 회사가 주는 기념품인 파란색 튜브도 큰 인기였다.
일본 샤프는 디지털TV 생산업체답게 6개의 TV 모니터와 4명의 배우가 어우러진 화려한 ‘TV 팬터마임’ 쇼를 선보였다. 남자 배우가 당구채로 TV 화면의 당구공을 치는 시늉을 하자 마치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된 것처럼 공이 굴러갔다.
중국 탁구 국가대표를 후원하는 중국의 창훙전자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즉석 탁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카 오디오 등을 생산하는 베커는 최고급 승용차들을 곳곳에 전시해 ‘전자 쇼’와 ‘자동차 쇼’의 경계를 허물었다. 일부 관람객들은 평소 타 보기 어려운 자동차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운전석에 앉아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 글로벌 기업들의 ‘기 싸움’
102인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LG전자), 108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샤프), 110인치 초고화질(full HD) 프로젝션 TV(JVC), 42인치 3차원(D) 모니터(필립스) 등 참가 업체들은 제품의 크기와 기술 등으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그러나 전시회 때마다 제품 못지않게 ‘크기 신경전’을 벌이는 품목은 기념가방이다. 관람객들이 팸플릿이나 기념품을 담는 가방은 회사 로고가 선명해 훌륭한 광고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샤프’의 승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 회사는 46인치 LCD TV를 그대로 본떠 만든 초대형 종이가방으로 다른 업체들을 압도했다. 가방 폭이 좁아 실용성이 거의 없었지만 호기심 많은 관람객들이 너도나도 들고 다니면서 스스로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시 부스 면적으로도 기 싸움을 벌였는데, 올해 가장 큰 부스를 사용한 업체는 네덜란드의 필립스(5008m²)였다. 삼성전자는 3900m²로 2위. LG전자는 지난해보다 약 400m² 정도 늘린 3001m²의 전시 부스를 사용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의욕을 보였다.
베를린=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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