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한국식 백화점 ‘모스크바의 지갑’ 열까

  • 입력 2007년 9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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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개장으로 한국은 이득을, 모스크바 시는 유용(有用)을 취할 것이다.” 16년 넘게 연임해 ‘모스크바의 군주(君主)’라는 별명이 붙은 유리 루시코프 모스크바 시장은 2일(현지 시간)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 개장 행사장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때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초대 대통령과 대권을 겨루기도 했던 루시코프 시장이 롯데 행사장에 나온 것만으로도 행사의 비중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부 러시아 기자는 “모스크바 시장이 ‘모스크바 정도(定都) 860주년 기념 행사’에 따른 빡빡한 일정 때문에 롯데에 들를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루시코프 시장은 이날 크렘린 궁에서 서쪽으로 2km가량 떨어진 신(新)아르바트 거리의 롯데 행사장에 나와 이규형 주러 한국대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악수한 뒤 모스크바점의 성공을 기원했다.

백화점을 찾은 모스크바 시민들은 시장의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직원들의 서비스와 상품을 유심히 살펴봤으며 일부는 즉석에서 제품을 샀다.

우선 백화점 입구, 주차장, 엘리베이터에 배치된 직원들의 상냥한 안내가 공급자 마인드에 젖어 있는 러시아 쇼핑몰과는 달랐다. 서울에서 ‘최고의 서비스맨’ 교육을 받은 러시아 직원들이 한국식으로 허리를 굽히는 인사를 하자 러시아 고객들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지하 3층에 마련된 주차장을 둘러본 예브게니 볼코프 씨는 “쇼핑할 때마다 교통 혼잡과 주차 전쟁을 벌이는 다른 외국 백화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날 6층의 한 가전 코너에서는 러시아 고객들이 현금 10만 루블(약 370만 원) 이상씩을 갖고 와 한국에서 갓 들여온 3차원(3D) TV 등을 구입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는 내부 공사도 끝내지 못한 데다 상품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되돌아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또 러시아에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중저가 제품이 관세로 인해 높은 가격에 나온 것을 보고 고개를 흔드는 소비자들도 눈에 띄었다.

소비자신문 기자인 루드밀라 발시타에바 씨는 “롯데의 성패는 러시아의 변칙 플레이를 어느 정도 이겨 내고 고급 소비층을 얼마나 흡인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진출 10년 만에 문을 연 한국 백화점이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얘기였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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