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이달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정부가 참여키로 한 것을 놓고 정부와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교보생명 상장에 따른 시세차익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추정에 따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추정의 근거가 미약할 뿐 아니라 실제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질 위험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4일이나 5일경 청약납입방식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 정부, 민간기업 유상증자 첫 참여
최근 재정경제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는 교보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았다.
정부가 밝힌 증자 참여 배경은 상장 후 주가상승 가능성. 증자계획 발표 당시 교보생명의 장외주가는 주당 22만 원 선인 반면 유상증자 참여 시 주식을 사는 가격(증자가격)은 주당 18만5000원이었다. 증자가격이 시세보다 얼마나 싼지를 보여 주는 할인율은 15.9% 정도다.
하지만 장외주가는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호가(呼價)인 경우가 많다. 교보생명 주가도 호가 상승에 따라 오른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증시에선 이번 유상증자 할인율(15.9%)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로는 너무 낮아 증자가격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시세보다 20∼30% 낮은 가격에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떨떠름한 교보생명
교보생명이 ‘비싼 가격’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강행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당초 교보생명 측은 증자에 앞서 국내외 금융회사 여러 곳을 투자자로 섭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상품 개발과 자산운용 업무에 기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교보생명 측은 이들 전략적 투자자에게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 이내의 지분을 팔려 했지만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됐다.
결국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되 할인율을 낮춰 실권주가 발생토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 주주가 포기한 실권주를 전략적 투자자들이 사도록 한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41.48%의 지분을 보유한 정부가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함에 따라 전략적 투자자에게 돌아갈 몫이 크게 줄어들게 돼 교보생명 측으로선 난감한 처지가 됐다.
○ 정부의 진짜 속내는
정부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처럼 나랏돈에 손실을 입혔다는 비판을 우려해 이번 증자에 나섰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상장차익을 올릴 기회를 놓칠 경우 나중에 책임소재를 따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의식했다는 것.
현재 교보생명은 신창재 교보 회장과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53.01%로 가장 많고, 정부 측 지분은 재경부(6.48%), 자산관리공사(11%), 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는 대우인터내셔널(24%) 등 41.48%로 2번째로 많다.
정부가 이번에 청약하지 않으면 나중에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교보생명 주가가 상장 후 오를 여지가 있지만 국민 세금으로 자금을 집행할 때는 리스크가 가장 적은 상태를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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