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을 장악하라’… 차세대 TV서비스 선점경쟁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KT는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365℃ 컨소시엄’을 만들어 추진하는 TV포털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TV포털은 TV를 인터넷에 연결해 영화, 드라마 등을 내려받아 보는 서비스다.

KT는 365℃ 컨소시엄에 “(통신망을 제공하는) KT와 협의 없이 서비스를 시작하면 법률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경고했다.

이들 간 갈등은 가정 내 핵심 매체인 TV를 통한 서비스를 선점하려는 쟁탈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신, 제조, 인터넷 분야의 디지털 기업들 간에 가정의 중심인 거실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 거실에 발 들이는 통신, 인터넷 기업들

방 안의 PC를 통해서만 사업을 하던 통신, 인터넷 기업들이 거실의 TV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큰 움직임은 통신기업인 KT와 하나로텔레콤의 인터넷(IP)TV 시장 진입. 이들은 올해 상반기(1∼6월)부터 TV를 인터넷에 연결해 영화, 드라마를 제공하는 ‘IPTV’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인터넷 포털 업체도 이에 합류했다.

네이버를 서비스하는 NHN은 올 7월 KT와 손잡고 IPTV에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부터 독자적인 IPTV 사업을 추진 중이다.

거실의 TV에 연결된 게임기 업체들도 IPTV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는 각각 30만, 140만 대를 보급한 ‘엑스박스(X-BOX)’와 ‘플레이스테이션’에 KT, 하나로텔레콤의 IPTV 기능을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회사인 인텔과 ‘아이팟’으로 유명한 애플도 PC에 저장된 영화나 인터넷 게임을 TV에서 즐기는 ‘바이브(Viiv)’ 기술과 ‘애플TV’를 각각 올 상반기 중 내놓고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PC를 TV와 연결된 가정 내 미디어의 중심(허브)으로 만들자는 것이 통신 기업의 전략”이라며 “이는 가정 내 자동화(홈네트워크)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큰 승부처”라고 말했다.

○ 콘텐츠 경쟁력과 소비자 취향이 관건

TV 제조업체들은 제조뿐 아니라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며 자신들의 안방 격이던 ‘거실 지키기’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5월 SK텔레콤, CJ인터넷 등 10개사와 함께 TV포털 컨소시엄인 365℃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방송을 선점하고 있는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업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통신, 인터넷 기업의 진입으로 기존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지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KT 등 대기업들이 IPTV로 방송시장에 진입하면 우월적인 힘으로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실 쟁탈전’의 승패가 콘텐츠 경쟁력과 소비자 습관의 변화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TV의 자체적인 발전과 PC 진영의 관련 서비스가 경쟁을 벌이는 구도”라며 “결국 어느 쪽이 더 많은 볼거리를 편리하게 제공하느냐로 승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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