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전문가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게 하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은 외국자본과 국내자본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만큼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계기로 금산분리 완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개발연구원 김이석 박사는 6일 자유기업원에 기고한 ‘자본은 출신성분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글에서 “‘산업자본’ ‘재벌자본’ ‘수도권에 입지한 자본’ 등 자본에 출신 국적을 붙이고 출신 산업을 붙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며 “자본이 투자될수록 생산과 고용이 늘고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은 경제학의 진리”라고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를 겪고 이를 이겨 내는 과정에서 국내자본이 역차별당한 사례가 앞으로는 나타나지 않게 자본에 붙은 꼬리표들을 떼어 내고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이 자본을 더 많이 축적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금산법이 변화하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연세대 김정식(경제학) 교수는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된 지금 외국자본은 규제를 받지 않고 국내자본만 규제 대상이 되는 건 분명 역차별”이라며 “정부는 이익과 비용 계산을 면밀히 해서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은행이 기업들의 사금고(私金庫)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기업들은 지금 투자를 못해 돈이 남아도는 상황이어서 고객의 돈을 쓸 일이 없고, 모든 금융회사는 자기자본의 일정 범위 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이 성장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금융은 새로운 수익사업(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국 경제가 또 한 번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활용 여지를 넓혀 줄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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