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20>삼성물산<시리즈1부·끝>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삼성그룹의 종가(宗家), 국내 종합상사 1호….’

삼성물산에 훈장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1938년 설립된 삼성상회가 모태(母胎)인 삼성물산은 국내 종합상사 1호로 1970년대 중반 이후 ‘수출 역군’으로 활약했다. 군복부터 TV 비디오 등 우리 손으로 만든 각종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삼성물산의 해외 영업망을 타고 수출 길에 올랐다.

지성하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올해 4월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같은 회사가 됐으면 한다”면서 ‘글로벌 가치창조 기업’이라는 새로운 도전 목표를 제시했다. 과거 전성기를 이끌었던 수출입 중심의 무역사업에서 탈피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최근 회사 내부에서 ‘변화와 혁신’이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는 1975년 5월 19일 삼성물산을 국내 종합상사 1호로 지정했다. 중동전쟁과 ‘1차 석유파동’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자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종합상사 육성에 나선 것이다.

정부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1994년 116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려 국내 기업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998년 ‘150억 달러 수출 탑’도 탔다.

국내 종합상사들의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였다. 제조업체들이 직접 수출에 나서면서 종합상사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종합상사의 수출 실적은 189억7000만 달러로 국내 총수출의 5.7%에 그쳤다. 삼성물산은 18억91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려 SK네트웍스, 대우인터내셔널, 효성, LG상사에 이어 다섯 번째를 차지했다.

삼성물산은 1996년 삼성건설과 합병하고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의 2개 사업 영역을 가진 회사로 바뀌었다. 최근 무역 사업의 전반적인 위축은 회사의 성격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상사부문 매출액은 2004년 4조8817억 원에서 지난해 4조4796억 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65%에서 46.05%로 하락했다. 반면 건설부문의 비중은 지난해 53.95%로 높아졌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최근 대대적인 사업구조 혁신에 나섰다. 해외자원 개발, 신재생에너지, 청정개발체제(CDM) 등 다양한 신사업 발굴을 통해 무역사업의 빈자리를 메우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7월 그리스에 1억2000만여 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업체 ‘SOLECO’를 설립했고, 지난해 1500만 달러를 투자해 GE와 첨단 물류보안 사업에 진출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원 등의 자체 사업 비중을 현재 38%에서 50%로 끌어올려 2012년 무역과 사업 매출이 절반씩 차지하는 사업구조를 만든다는 게 회사의 구상이다. 해외 석유가스 유전 탐사 및 개발 광구 15곳, 생산 광구 5곳 등 모두 20개 광구를 확보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측은 “생활 물자, 소재 부품, 미래 신사업 분야 해외 유망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물산의 A 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보수적인 투자 운용을 한 결과,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사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글로벌 기업 GE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GE의 선진 경영기법과 성장전략을 도입해 회사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GE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상사의 사업 종합 능력, 금융 조달 기능, 자원 개발 경험, 해외 영업망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GE의 성장 전략과도 맥이 닿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과거 회의실에 모래시계를 놓고 회의시간을 통제할 정도로 업무와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는 경영 시스템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일’ ‘현장’ ‘시간’ ‘고객’ 등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의 전통은 지금도 남아 있다.

국내 종합상사의 한 임원은 “과거 ㈜대우(현 대우인터내셔널)는 일만 잘하면 인정해 주는 문화가 있었고, 현대종합상사는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뚝심이 장기였다”며 “삼성물산은 치밀한 경영 관리와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직원들의 절제되고 세련된 이미지가 생생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치밀한 경영 시스템 뒤에는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통제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삼성물산이 올해 3월 ‘신문화 웨이브’를 선포하고 창조적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조직 문화 만들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당장 삼성물산의 금요일 풍경이 달라졌다. 임직원들은 매주 금요일 넥타이를 풀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한다.

삼성물산이 펴낸 ‘종합상사 20년사’는 1979년 11월 리비아 현지 병원에서 주사 쇼크로 사망한 고 고영규 트리폴리 지점장을 통해 ‘상사맨의 열정’을 뭉클하게 전하고 있다.

고 지점장은 눈을 감기 전까지도 거래처와 한 약속을 떠올리며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오후 4시, 오후 4시에 약속이 있는데…”라며 ‘일과 현장’을 챙겨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고 한다. 삼성물산은 ‘창의와 열정’을 가진 또 다른 ‘삼성물산인(人)’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 Q&A / 이런 게 궁금해요

삼성물산 직급별 연봉(단위: 원)
직급연봉
임원수억
부장6700만∼1억1100만
차장5800만∼9300만
과장5000만∼7700만
대리4500만∼6100만
사원3400만∼5100만

성과급 포함, 성과에 따라 매년 변동. 자료: 삼성물산

본보는 취업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자들의 궁금증과 이에 대한 삼성물산의 답변을 소개한다.

Q. 신입사원 초봉은….

A. 대졸사원 기준으로 3400만 원 선이다. 기본급과 일부 상여금이 포함된 금액이다.

Q. 해외에서 근무할 기회는 많은가.

A. 42개국에 진출해 있어 해외에서 일할 기회가 많다. 현재 부장급 직원의 거의 100%가 해외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해외 근무는 과장급 이상부터 가능하며 신입사원은 해외 출장이나 지역전문가 과정을 통해 해외 경험을 쌓게 된다.

Q. 면접할 때 지원자의 관상을 본다는 소문이 있다.

A. 입사를 위해서는 임원면접, 집단토론, 외국어 프레젠테이션 등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단계별로 4명의 심사위원이 있다. 관상을 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Q. 종합상사 직원은 영어를 잘해야 하나.

A.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 능력이 중요하다. 또 영어 이외의 ‘제2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Q. 삼성물산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과 신입사원 공채에서 여성 합격자의 비율은….

A. 현재 삼성물산 상사부문 전체 직원 중 여성은 22%이다. 공채 때마다 전체의 30%를 여성으로 선발하려고 한다.

Q. 채용 시 선호하는 전공이 있나.

A. 삼성물산은 화학, 철강, 자원, 전자재료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하다. 따라서 특정 전공을 선호하기보다 이공계 어문계 인문계 등 다양한 전공자를 선발하고 있다.

Q. 삼성물산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입사할 때 우대해 주나.

A. 인턴십 수행 결과가 좋은 인턴은 면접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Q. ‘외국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나.

A. 지원자는 실제 업무 수행 중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듣고, 한 시간 뒤 해결 방안을 영어로 설명해야 한다. 제2외국어 전공자는 전공 언어로 설명하면 된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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