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전체 직원이 삼성전자 관리직 직원의 10%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삼성물산 출신의 ‘약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삼성물산 출신이 삼성그룹 내에서만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이채욱 GE헬스케어 아시아총괄 사장을 비롯해 장경작 롯데호텔 대표, 이금룡 KR얼라이언스 대표 등 삼성물산을 거쳐 간 현직 최고경영자(CEO)만도 줄잡아 20여 명에 이른다.
회사 측은 “‘CEO가 필요하면 삼성물산에 가라’는 말이 있다”며 “1990년대까지 삼성그룹의 ‘간판’이던 삼성물산 출신이 재계에 포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삼성물산은 1938년 설립된 삼성그룹의 모태(母胎)로서 70년 가까이 삼성의 인재 양성과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삼성전자 등으로 그룹의 주력사 위치를 넘겨주면서 그룹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성하 삼성물산 사장은 올해 4월 기자간담회에서 “1978년 그룹 공채에 합격한 뒤 1∼3지망 모두 삼성물산으로 썼다”며 “하지만 삼성물산 입사 경쟁이 워낙 치열해 결국 다른 계열사로 배치됐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출신의 한 대기업 임원도 “1980년대만 해도 삼성그룹에는 ‘삼성물산과 비(非)삼성물산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그룹 공채에 합격한 뒤 삼성물산을 희망했다가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로 발령이 나자 사표를 내고 나간 직원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부가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던 1970, 80년대에는 특히 삼성물산 등 수출종합상사에 인재가 몰린 측면이 있다.
삼성물산 측은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업무를 체험하며, 상사 특유의 빠른 상황 대처 능력과 사업 추진력을 익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도가 높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외환위기 및 국내 영업환경의 변화 속에서 상사의 입지가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물산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삼성 본관을 포함한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다른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에 인재가 많다는 것은 과거 전성기 시절의 얘기”라며 “그룹 내에서 인재를 키우고 배출하는 기능도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1938년 3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대구 수동(현 인교동)에 세운 ‘삼성상회’에서 시작됐다.
1960년까지 삼성물산의 대표이사를 지냈던 이 창업주는 삼성상회를 창업한 뒤 대구 특산물인 사과 밤 등을 만주와 중국에 수출했다. 무역업의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후 그는 6·25전쟁 때 피란을 갔던 부산에서 ‘삼성물산주식회사’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 전쟁이 끝나면서 삼성물산은 서울로 이전했고, 부산 사무소에는 ‘제일제당주식회사’(현 CJ)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외환위기 전까지 유통 영상사업 자동차 판매 등 그룹이 진출하려는 새로운 성장사업을 인큐베이팅하는 역할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그룹의 ‘뿌리’로서 삼성전자 제일기획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SDS 등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해 왔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식가치만도 약 6조 원에 이른다.
최근 SK CJ 등 주요 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잇달아 추진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구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삼성물산 주가가 시장평균보다 더 오른 것은 건설사업 부문의 호조 외에도 앞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논의될 때 삼성물산이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는 전망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7월 13일 삼성물산이 상장(上場) 이후 처음 상한가를 기록한 것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2대 주주’라는 점이 호재로 작용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협에 놓였다는 소문이 돌자, 그룹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싼 삼성물산 지분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될 경우 삼성전자 중심의 정보통신 지주회사, 삼성생명을 축으로 한 금융 지주회사, 그리고 나머지 일반 제조업 계열의 지주회사로 삼성물산을 선택할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지주회사 전환 요건을 충족할 만큼 자회사 지분을 사들일 만한 자금 여력이 없다”며 지주회사 체제 개편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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