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이동통신 시장이 큰 격랑에 휩싸였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이 4일 취임 직후부터 민감한 통신정책 현안들에 대해 그동안 지켜 온 원칙을 훼손하거나, 거센 찬반양론을 일으키는 결정을 잇달아 발표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유 장관이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욕심내지 않고 기존의 정책 과제를 차분히 마무리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잊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LG텔레콤은 11일 자사(自社)의 ‘리비전A’ 화상전화 서비스에 대한 유 장관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정부의) 번호통합 정책, 원칙이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민간기업이 장관의 발언을 공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어서 불만의 수위가 얼마나 높은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 회사는 유 장관이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리비전A 서비스의 신규 가입자도 SK텔레콤이나 KTF의 3세대(G) 서비스와 같이 휴대전화 앞 세 자리를 ‘010’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LG텔레콤은 자료에서 “현재의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에 따라 리비전A 서비스 가입자는 식별번호 ‘01×’의 기존 번호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데, 정통부가 서비스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갑자기 세칙을 변경하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 장관의 방침이 관철되면 ‘리비전A’와 유사한 서비스(3G 이전 기존 서비스·EVDO)를 제공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F의 기존 가입자 1700만여 명은 ‘01×’를 계속 이용하는 대신 LG텔레콤 가입자만 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하는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 LG텔레콤 측 주장이다.
LG텔레콤과는 다르게 010번호 통합정책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KTF는 유 장관의 ‘같은 통신회사 가입자 간 통화 할인(망내 할인)’ 허용 방침에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동통신 2위 사업자인 KTF는 “시장 점유율 50%대를 장악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만 더욱 크게 할 뿐”이라고 주장했고 LG텔레콤도 이런 주장에 동조했다.
이에 앞서 정통부가 그동안 지켜 온 ‘시장 원리의 존중’이란 원칙을 훼손해가며 강행한 ‘휴대전화 통화 소량 사용자의 기본료 인하 방침’에 대해서도 이동통신 3사는 “‘소량 사용자=사회적 약자’라는 정부의 논리는 현실과 맞지 않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박재문 정통부 홍보관리관은 “사업자들의 지적에도 일리가 있지만 전체적인 정책의 방향을 보고 평가해야 한다”며 “그 방향은 국민을 위하고 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인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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