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경제]이윤 극대화되는 ‘절묘한 범위’ 찾아내야죠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 사례

젊어서부터 중국 식당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요리를 배워 자격증을 딴 장 씨. 그는 특히 수타 자장면을 만드는 실력이 뛰어났다. 장 씨가 개업한 중국 식당은 수타 자장면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방송과 신문에서도 맛집으로 소개했을 정도다.

하지만 손님이 많아져 일손이 부족해지자 장 씨는 전략을 바꿨다.

주방에서 수십 가지 음식을 만드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 일손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장 씨는 다른 음식은 모두 없애고 자신의 최대 자랑거리인 수타 자장면 한 가지만 팔기로 했다.

“수타 자장면 전문 식당으로 소문이 나면 손님이 더 많이 오고, 비용은 줄일 수 있어서 돈을 더 벌 수 있을 거야.” 장 씨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런데 웬걸. 수타 자장면 전문 식당으로 바꾼 후 기대와는 정반대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단골손님들의 발길도 점점 뜸해졌다. 주방 시설은 이따금 오는 손님들에게 줄 자장면을 만들 때를 빼고는 대부분 놀리는 지경이 됐다.

시름에 잠겨 있던 장 씨는 어느 날 오랜만에 찾아온 단골손님에게 물어보았다.

“왜 요즘은 우리 식당에 자주 오시지 않나요?”

단골손님은 작심한 듯 직언을 했다. “실은 어제도 점심시간에 동창과 만나서 식사를 했어요. 나는 수타 자장면이 먹고 싶었지만 동창은 얼큰한 짬뽕을 먹고 싶어 했죠. 결국 우리는 이 식당 대신 두 가지 음식을 함께 파는 인근의 다른 중국 식당을 찾았어요.”

단골손님은 내친김에 몇 년 전까지 그 자리에서 영업했던 칼국수 식당의 경험도 이야기해 줬다. “그 식당은 칼국수를 제법 맛있게 잘 만들었는데, 젊은이들 사이에서 스파게티가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에 재빨리 스파게티를 함께 팔기 시작하더군요. 주인은 같은 면 종류라서 자신 있게 시작했지만 칼국수와 스파게티는 재료나 제조법이 전혀 다르고 주요 고객층도 달랐죠.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결국 식당 문을 닫고 말았답니다.”

이 말을 들은 장 씨는 탄식했다. “전문화냐 다양화냐, 이것이 문제로다.”

■ 이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한 가지 상품 생산에 전념하는 전문화에 대해 막연히 우호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일에 전문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을 장인 또는 집념의 사나이로 부르면서 칭찬한다. 하지만 세상만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다른 일을 함께 하면 얻는 것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일에만 전문화한다면 이를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 자장면에 가장 자신 있는 중국 식당들도 다른 메뉴를 함께 판다. 칼국수 전문 식당도 콩국수나 보쌈을 함께 판다. 한 가지 음식만 파는 경우보다 여러 가지 음식을 함께 파는 것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식당을 보고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식당보다 규모가 큰 기업도 마찬가지다. 승용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버스나 트럭까지 생산하면 비용이 절감되고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다. 생산 시설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부품도 공동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승용차 생산에서 얻은 경험을 버스 생산에 십분 활용할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기업이 음료수까지 생산하면 배급망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또 생산 상품의 범위를 넓히면 어느 한 상품의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다른 상품이 실적을 보완해 줄 수 있으므로 경영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의 범위를 넓힐 때 이득이 되는 현상을 ‘범위의 경제’라고 부른다. 물론 생산하는 상품의 범위를 넓힌다고 항상 이득이 되는 건 아니다. 자장면에 자신 있는 식당이 갈비탕까지 판매하거나, 칼국수 전문 식당이 스파게티까지 팔면 대부분 손님이 등을 돌린다.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업종 다각화를 통한 이득이 비용보다 크면 사업의 폭을 넓혀야 하지만, 효율성이 개선되는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손대는 기업은 소비자의 철저한 외면과 시장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된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은 많은 발 가운데 한 개라도 그물에 걸리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문어 꼴이 된다.

전문화 여부도 칼로 무 자르듯이 사전에 명쾌하게 선을 긋기 어렵다. 전문화의 이득과 비용을 비교해야 하고, 그 최종 판단은 시장에서 결정될 몫이다.

한 진 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