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사상최고…휘발유값 천정부지…‘불타는 기름값’

  • 입력 2007년 9월 13일 03시 02분


기름값이 심상치 않다.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국내 휘발유값은 연중 최고치에 다시 육박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고유가 현상이 이어지면 회복 기미를 보이던 한국 경제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예상 뛰어넘는 큰 상승폭

12일 산업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1일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72.21달러로 기존 최고치(지난해 8월 8일의 72.16달러)를 경신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한국 원유 수입량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된다.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1월 한때 50달러 아래로 떨어졌지만 수요 증가 등으로 다시 오르기 시작해 10일에도 71.45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1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도 배럴당 78.23달러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으며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76.38달러로 전날보다 0.90달러 올랐다.

이 같은 상승폭은 한국 정부나 세계 에너지 연구기관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전문가들과 함께 열었던 국제유가협의회에서 올해 잔여기간의 평균 유가를 배럴당 63∼65달러로 전망했으며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들도 올해 유가를 50달러 후반 선으로 점친 바 있다.

하지만 중국 인도 등의 경제성장으로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미국 남부의 허리케인 발생과 그로 인한 생산 시설의 가동 중단 등 일시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는 70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산자부 당국자는 “기존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원유 소비도 지난 수년간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이에 따라 최근 OPEC의 하루 50만 배럴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빡빡한 석유 수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유가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내년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82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내년 성장률에도 영향 줄 듯

국제 유가의 급등은 당장 국내 휘발유 가격의 인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올해 1월 첫째 주 평균인 L당 1422.09원에서 꾸준히 올라 7월 넷째 주엔 주간 최고치인 1557.38원까지 올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L당 1750원이 넘는 주유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조만간 서울 시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1600원 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유가 상승이 전 세계적인 원유 수요 증가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국내 경제 회복에도 장기적인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강세는 곧 수입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재 가격을 올리면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제 구조가 많이 달라져 과거 오일쇼크 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겠지만 유가 급등은 현재 민간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작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자부는 13일 민관(民官) 에너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유가 전망과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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