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성 직물로 세계시장에 도전하다
중국산 저가(低價) 직물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던 국내 직물업체들이 기술력으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70회 프르미에르 비지옹에는 국내 직물업체 10곳이 참가자격을 얻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7개월 만에 9개 직물업체가 이 대회 참가자격을 추가로 땄다는 얘기다.
영풍필텍스는 직원 33명, 연 매출 70억 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지만 1994년 설립 이후 매년 매출의 3∼4%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값싼 직물을 대량 생산하기보다 디자인과 기능이 뛰어난 고가품을 소량 생산한다”고 말했다.
프르미에르 비지옹에 참가하는 파카도 2001년 직물연구소를 세우며 R&D에 힘쓴 덕분에 2003년부터 ‘막스&스펜서’ 등 외국 유명 의류업체에 원단을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 영텍스타일은 대나무로 만든 친환경 직물, 덕성피앤티는 천연가죽과 유사한 인조가죽으로 프르미에르 비지옹의 ‘문’을 열었다.
섬유직물수출입조합 채수훈 팀장은 “국내 직물업체들이 R&D 투자로 차별화된 직물을 선보이면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직물업체 부활, 가능할까
업계에서도 중국의 저가 직물에 밀려 하향세를 보이던 최악의 상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섬유산업연합회도 최근 “올해 국내 섬유업체의 수출이 2001년 이후 처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회 측은 “직물업체가 2000년 1936곳에서 2005년 1464곳으로 감소하는 동안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밀려났다”며 “가격 경쟁력이 아닌 뛰어난 기술력과 디자인을 갖춘 업체들이 살아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직물회사 중에는 영세한 곳이 많아 세계무대에서 나설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덕성피앤티 정기훈 이사는 “R&D에 투자할 여력을 갖춘 기업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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