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노스페이스’ 론칭 10년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 입력 2007년 9월 13일 03시 02분


“33년간 정리해고 한 번 안 했을 정도로 튼튼하게 키운 회사입니다.”

국내 1위의 아웃도어브랜드 ‘노스페이스’의 한국 진출 10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성기학(60·사진) 골드윈코리아·영원무역 회장을 만났다.

1974년 설립된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를 비롯해 나이키, 폴로 등의 외국 유명 브랜드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자회사인 골드윈코리아는 미국에서 노스페이스 라이선스를 들여와 국내에 판매하는 업체다.

노스페이스는 재킷 한 벌이 30만 원, 고급 제품은 60만 원 이상을 웃도는 고가(高價)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전 세계에서 연간 15억 달러어치가 팔리고 있다.

“회사에 출근할 때도 등산용 바지와 셔츠를 즐겨 입지요. 등산복이 워낙 편하다 보니 최근엔 평상복으로 입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편리함 때문에 등산복이 생활 속에 파고든 셈이죠.”

아웃도어 의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25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3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매년 30%가량 급성장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를 들여올 당시 ‘거리에서도 입을 수 있는 등산복을 만들겠다’던 성 회장의 꿈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성 회장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급성장세는 우리도 놀랄 지경”이라며 “글로벌 생산시스템으로 이뤄진 탁월한 품질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1위 자리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에게 글로벌 생산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기획 생산 판매가 글로벌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중국 칭다오(靑島), 베트남 하노이, 엘살바도르 등 세계 각지에 공장 20곳을 두고, 그곳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경기 성남시와 부산에 물류센터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영원무역이 고용하고 있는 전 세계 종업원 수는 6만여 명에 이르고, 이 중 한국인은 약 1000명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성 회장은 “영원무역이 노스페이스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은 약 20%의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 수를 더 늘리고, 매장 면적도 더욱 크게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노스페이스는 현재 박영석 씨 등 유명 산악인들의 해외 원정 등반을 후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후원 횟수만 78회에 이른다. 또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등 세계 곳곳의 불우 어린이들을 위해 200만 장의 방한복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 회장은 “지난 33년간 사업에 몰두했지만 지금은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생긴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사회 공헌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평소 등산을 즐기는지’ 물었다. 아웃도어 제조업체 최고경영자를 인터뷰하면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을 뒤늦게 던진 셈이다.

“서울대 무역학과 재학 시절엔 암벽 등반까지 했지만 최근엔 등산보다 고조부 때부터 내려온 경남 창녕의 고가(古家)를 복원하는 데 재미를 붙이고 있어요. 재미가 솔솔 납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성기학 회장은

△1965년 서울대사대부고 졸업

△1970년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1971년 서울통상 이사

△1974년 영원무역 창립

△1992년 50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1996년 한-방글라데시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1997년∼ 영원무역·골드윈코리아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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