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전자업계 ‘소비자 섬기는 경영’ 급속도로 확산
○ 민원 전화는 자동응답 않고 직접 상담전화 받게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고객 감동을 강조한다.
“구매한 상품을 보는 순간 ‘와우’ 하며 놀랄 정도로 만들라”는 것이 남 부회장의 주문. 그러려면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남 부회장의 소신이다. 남 부회장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떠날 때면 LG제품을 이용하는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한다. 또 격주마다 열리는 경영 회의에서 본사의 최고 경영진과 함께 녹음된 고객의 전화 상담 내용을 직접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험한 욕이나 불쾌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며 임원들은 얼굴을 붉히기 일쑤지만 개선방안을 내놓는 데는 효과적이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의 고객 섬김은 얼마 전 이른바 ‘벤츠남(男)’ 사건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김 사장은 올해 4월 한 40대 남자가 휴대전화 품질에 불만이 있다며 벤츠 차량을 몰고 본사 사옥으로 돌진한 사건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철저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겸허히 받아들였다.
이후 SK텔레콤은 가입자들의 작은 짜증까지도 해소할 조치를 취했다. 고객들이 불편사항이 있어 상담전화를 걸면 자동응답전화(ARS)에 짜증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민원전화를 직접 상담원이 받는 ‘고객불만신고센터’를 개설했다.
또 동일한 사안에 대해 4일 내 다시 문의를 하면 처음에 응대했던 상담원에 다시 연결해 주는 ‘직전 상담원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들은 아예 고객의 불만이 시작되는 근원부터 해결하며 고객 감동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높은 품질이 고객 만족의 근원이라고 보고 어떠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휴대전화 등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가 수십 t 무게의 차에 깔리고도 멀쩡하게 잘 동작한다며 회사에 보내온 감사편지는 ‘고객감동’의 유명한 사례다.
LG데이콤은 고객 불만의 근원인 장애 최소화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네트워크 무장애 100일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니콘 국내 법인인 니콘이미징코리아는 고객이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D2D(Door to Door)’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전국에 걸쳐 실시해 고객 감동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 경영 시스템을 고객 만족 위주로 전면 개편하라
KT는 올해 5월 전사적 소비자 불만 자율관리프로그램(CCMS)을 도입했다.
남중수 사장이 민원 최저를 목표로 도입한 이 시스템은 소비자 불만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을 체계화해 회사 서비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KTF는 아예 회사 전체의 경영 체제를 고객 만족을 중심으로 한 ‘굿타임 경영’으로 재편했다. 고객만족을 뜻하는 ‘굿타임’을 중심으로 경영 시스템의 혁신을 이뤄낸 것이다.
고객의 불만 사항에 대해 선(先) 조치 후(後)정산하는 TT(Trouble Ticket) 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통화 품질 불만에 대해 24시간 이내 확인 후 통보하는 서비스와 휴대전화 고장을 직접 찾아가 해결해 주는 굿타임 방문 서비스 등도 시행한다.
조영주 KTF사장은 스스로 고객만족전문경영인(CSO)을 자처하고 고객 만족에 앞장서고 있다.
LG텔레콤은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고객 위주로 전환했다.
기존 대리점, 판매점 등 외부에 위탁하는 유통 시스템이 고객의 불만을 야기한다고 보고 이를 ‘폰앤펀’ 등 직영점을 중심으로 전환한 것. 이를 통해 고품질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회사 내에 고객서비스실을 신설하고 통신위원회 민원발생률, 개통장애 소요 시간 등 서비스 경영관리 핵심 지표를 만든 뒤 객관적 수치를 들어 체계적으로 고객 서비스를 유지 및 관리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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