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왕(王)’인 기업들에 고객우선경영은 경영의 기본이다.
하지만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업은 많아도 정작 ‘왕 대접’을 받는다고 느끼는 고객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업들의 고객경영이 구호와 캠페인 차원에 머물 뿐 전사적인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한 데서 오는 불일치 때문이라는 게 경영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면에서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이 올해 초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경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 그룹의 고객경영은 고객을 기업과 분리해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자동차의 연구개발 단계부터 생산, 판매, 정비 등 모든 경영 활동에 고객을 참여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 같은 경영활동 마인드를 기업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주기적 고객만족(CS) 교육을 시스템화했다.
현대차가 실시하고 있는 ‘오토 프로슈머’ 제도는 대표적인 ‘고객 참여형’ 경영전략.
오토 프로슈머는 생산자(Producer)의 자동차(Auto) 개발에 참여하는 소비자(Consumer)를 의미한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기획 단계부터 고객 의견을 반영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다. 예컨대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준중형 해치백 모델 ‘i30’의 모델명을 결정하고, 이 차종에 MP3플레이어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USB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모두 오토프로슈머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현대차 그룹이 올해 5월 충남 천안시에 1호점을 낸 ‘신개념 복합거점 시설’은 판매 단계에서 구사하고 있는 고객경영 전략이다.
신차 판매는 물론 정비, 차량 용품, 금융·보험서비스, 중고차 매매 등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한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차량 구매를 원하는 고객에게 일대일 맞춤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는 ‘좋은 정보 서비스’와 신차 구입 고객과 기존 고객에게 자동차 관리 및 생활제휴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블루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사업단계별 고객경영 활동을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CS교육을 전담하는 CS기획팀을 CS기획부로 확대하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교육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정비업소에 들른 고객이 전용단말기로 부품상담센터의 상담원과 화상으로 통화하며 부품 가격 등 부품 정보를 문의할 수 있는 ‘부품 화상상담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현대차와 기아차 고객들이 정확한 부품 정보를 편리하게 얻고 고객 상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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