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34) 씨가 휘발유를 넣기 위해 서울의 한 SK주유소에 들어서자 승용차의 내비게이션 한쪽에 ‘SK주유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팝업 창이 뜬다.
박 씨는 주유하는 동안 창에 떠 있는 ‘음악 내려받기’ 메뉴를 클릭, 최신곡을 무료로 내려 받는다.
정유회사들이 주유소와 정보기술(IT)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전국 4200여 개 주유소에서 주변 맛집 등 각종 정보를 차 안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허브’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주유중 각종 정보 내비게이션-휴대전화에 전송
정유업계 “디지털 스테이션으로 새 수입원 창출”
○ ‘주유소, 디지털 허브로’
GS칼텍스도 최근 ‘유비쿼터스 주유소’를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회사 측은 “고객의 고유 정보를 담은 ‘전자태그(RFID)’가 장착된 자동차가 주유소에 들어오면 주유소는 자동으로 이를 인식해 고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태그를 통해 ‘엔진오일을 바꿀 때’, ‘활용 가능한 포인트’ 등 개인 정보를 인식해 고객의 휴대전화 등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GS칼텍스 측은 “내년 전국 1000여 개에 이르는 직영 주유소부터 고객의 전자태그를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를 설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도 올해 하반기(7∼12월) 서울과 지방의 한 도시에서 전자태그를 이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확대 실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 디지털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라
정유업계는 1990년대 초부터 주유소 내에 정비업체, 마트, PC방, 패스트푸드점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부대사업을 해 왔다. 하지만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이러한 실험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편이다.
국내 주유소는 대체로 협소해 고객이 기름을 넣은 뒤 주유소 내 마트 등을 이용하기 힘든 구조로 돼 있다.
정유회사들이 주유소의 ‘디지털 실험’에 나선 것도 공간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고객이 주유하는 동안 차 안에서, 짧은 시간에 각종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SK에너지는 “초기에는 무료 정보를 주로 제공한 뒤 점차 고급 정보를 개발해 유료화할 계획”이라며 “고객의 운행 정보를 활용해 정비 서비스, 중고차 매매 등과 연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안남훈 GS칼텍스 CR사업운영팀장은 “국내 석유제품 공급이 수요를 앞서 주유소와 정유회사의 석유류 판매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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